"내가 낳았으니 자식 보험금도 받을 권리 있다?"
최근 숨진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54년 만에 나타난 선원 김종안씨의 친모 사건으로, 잠자고 있던 '구하라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자녀의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으로, 지난 2019년 사망한 가수 구하라씨의 친모가 유산 상속을 위해 20여년 만에 찾아온 사건을 따 일명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구하라법,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식의 보험금만 받아가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일까요?
◆ 민법상 직계비속·존속이 우선 상속
수면 위로 드러난 두 사건 외에도 상속권을 둘러싼 분쟁은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실제 남편과 이혼 후 홀로 딸을 키웠던 김모씨.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30년간 딸을 부양하지 않고 심지어 빈소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전 남편이 나타나 딸의 사망보험금 수령을 주장합니다. 김씨의 딸은 종신보험에 가입해 있었는데, 수익자가 법정상속인으로 지정돼 있어 직계가족인 아버지에게도 상속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겁니다. 결국 전 남편은 딸을 부양하는 데 어떠한 경제적 도움도 주지 않다가, 딸이 사망한 후 2억여원의 보험금만 타가게 됩니다.
답답함이 밀려오는 사례지만, 안타깝게도 이 같은 불합리한 상속을 막을 길은 현재로선 없습니다.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법정상속인'으로 돼 있을 경우 상속인 순위는 ①직계비속 및 배우자 ②직계존속 및 배우자 ③형제자매 순입니다. 만약 사망자가 미혼이라 배우자와 자녀가 없을 경우 자동으로 2순위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각 50%씩 상속 권리가 생깁니다. 54년 만에 나타난 선원의 친모, 20여년 만에 나타난 구하라씨의 친모 모두 이 같은 상속법을 등에 업은 셈입니다.
◆ 국회에 쌓인 구하라법현행법상 상속인이 되지 못하는 결격사유는 다섯 가지로 추려집니다. 피상속인과 직계존속·배우자 등에 대한 살인, 살인미수, 상해치사, 사기와 강박을 통한 유언 방해, 유언서 위조·변조·파기입니다. 이 경우를 빼고는 민법을 통해 상속권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사건들로 '아이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는 아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남기고 간 상속금이나 보험금의 상속 자격이 없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국회에서도 구하라법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구하라법은 민법 제1004조 '상속인의 사유'에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등 양육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를 추가해 양육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피상속인의 직계혈족 또는 배우자로서 피상속인에 대해 유기·학대한 자'를 추가하는 개정안도 추가 발의돼 있는 상황입니다.
◆ "법안 구체화 속도내야"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공무원 재해보상법·공무원연금법은 이미 2020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현재 시행 중입니다. 재해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숨졌을 경우, 양육 책임이 있던 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유족에게 급여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공무원 구하라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민법의 경우 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어느 선까지 양육 의무로 봐야 하는지,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등의 범위를 어떻게 법적으로 구체화할 지는 여전히 논의 대상입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동안 국내 보험사들이 지급한 사망보험금만 3조 원에 달합니다. 공무원 뿐만 아니라 민간인의 피해 방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최근 제주 해상에선 죽은 새끼를 보내지 못 하고 사체를 업고 다니던 한 남방큰돌고래가 포착돼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죽은 새끼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등과 앞지느러미 사이에 사체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힘겹게 이동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돌고래도 모성애가 있습니다.
★ 슬기로운 TIP사망보험금의 경우엔 상속재산과 달리 '불합리한 상속'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 수익자를 특정인으로 미리 지정하는
'수익자 지정제도'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가입자들이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하는데, 만약 가족간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미리 수익자를 지정해놓으면 법정상속인 여부와 상관없이 수익자로 지정된 사람에게 보험금이 지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