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이 올 상반기 2010년 이후 역대 최저 반기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불과 2년 전인 2021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진입했는데, 올해 들어선 실적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산업부 김채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김 기자, 고려아연 실적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고려아연은 이번 2분기 매출 2조4694억원, 영업이익 1557억원을 거뒀습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1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약 60% 줄었습니다.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올 상반기 영업이익 3014억원인데, 지난해 상반기 반토막 수준으로, 13년 전인 2010년 상반기 영업이익 2852억원과 비슷합니다.
고려아연은 최근 몇년간 두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면서 매년 영업이익을 1조원씩 냈는데, 올 상반기엔 3천억원 대로 줄어 지금 추세라면 13년 만에 최저 실적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고려아연이 최근 엄청난 성장세로 ‘경기 사이클도 이기는 기업’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었는데, 실적이 왜 이렇게 크게 빠진겁니까
<기자>
고려아연은 사명 그대로 아연과 같은 비철금속을 제련해 판매하는 회사인데요. 아연 뿐 아니라 연, 금, 은, 동도 제조해 판매합니다.
물론 회사 이익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아연이고, 올 상반기 기준 매출 비중이 37% 정도입니다.
실적이 빠진 건 아연 가격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 2분기 아연 평균 가격은 2540억 달러로, 지난해 전년 동기 3925달러보다 35% 하락했습니다.
아연 가격이 하락하면서 판가도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된 것입니다.
또 아연의 최대 수요처는 철강회사인데요. 중국의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지연되면서 철강회사들이 감산에 돌입하는 등 아연 수요도 크게 꺾였습니다.
여기에 아연 제련 과정에는 전기가 필요한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외에서 전기료가 오르면서 제조 비용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도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올해 조단위 수준의 이익을 기대하긴 어려워보입니다.
<앵커>
지난해 말 최윤범 회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에 들어섰습니다. 취임 첫해 실적이 좋지 않다면 아무래도 부담이 될 텐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고려아연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는데요, 1974년 창립 이래 제련 사업만 집중해 왔습니다.
지난해 말 신임 회장에 오른 오너 3세 최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비전을 토대로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3대 신사업으로 그린수소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전구체, 동박과 같은 2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자원순환) 사업을 낙점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비철금속 대표기업에서 2차전지 소재 분야 대표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것입니다.
인수합병(M&A)에도 상당히 적극적이었는데요. 지난해에만 신재생에너지 기업 에퓨런, 리사이클링 분야 전자폐기물 업체 이그니오 등 3곳을 인수했습니다.
신사업을 위한 인수합병으로 고려아연의 종속기업은 2021년 27개에서 지난해 말 71개까지 크게 늘었습니다.
<앵커>
75년생 40대 젊은 회장이 취임하면서 50년간 한 우물을 팠던 고려아연이 빠르게 바뀌고 있군요. 문제는 성과인데 어떤가요?
<기자>
신사업 전부 초기 단계다보니 아직 이렇다할 실적은 없는 상황입니다.
동박 사업이 그나마 속도를 내고 있는데, 올해 1분기부터 동박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해서 현재 LG에너지솔루션에 시제품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인데, 실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동박 업계가 지난해부터 수급 불균형 문제로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어 기존 기업들도 실적이 전부 악화된 상황인데요.
신규로 진입하는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외부 환경이 녹록지 않아서 대규모 공급계약과 같은 이벤트를 곧바로 기대하긴 쉽지 않아보입니다.
또 LG화학과 짓고 있는 전구체 공장은 내년부터 가동하게 되는데, 마찬가지로 실적을 내기까진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호주에서 추진 중인 그린수소 사업의 경우도 올 하반기 시운전을 거친 뒤 내년 상반기에나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본업인 아연 제련 실적이 계속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사업도 아직 초기 단계라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서 이중고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 회장의 그간 성과를 보면 2019년부터 고려아연 대표를 맡아서 재임 4년 만인 2021년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 1조961억원을 냈습니다.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회장직에 오른건데요,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고려아연이 본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신사업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사업 관련 구체적 숫자가 발표돼야 한다"면서 진행 상황을 공개할 것을 지적했습니다.
<앵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이 더 부각됐었고 이 때문에 주가도 크게 뛰었습니다. 지난해 시가총액 10조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는데요.
경영권 분쟁은 완전히 수면 아래로 내려갔나요?
<기자>
고려아연은 74년째 한지붕 두가족 형태로 공동 경영을 이어왔는데요.
회사 경영권은 창업주인 고 최기호 일가가 행사하고 있는데, 지분 구조는 장병희 영풍그룹 창업주 일가가 최대 지분을 보유한 특이한 형태입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최씨 일가의 우호세력인 한화그룹의 계열사가 지난해 고려아연의 제3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습니다.
이후 장씨 일가도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오너 일가가 지분 경쟁을 벌였습니다.
일각에선 계열분리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됐는데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이 영풍정밀의 장형진 고문을 사내 이사로 선임하면서 분쟁은 일단 휴전 상황입니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확산되면서 주가도 크게 뛰었는데요, 한때 70만원에 육박했다가 최근엔 다시 40만원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실적과 신사업 성과에 따라 주가도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올 하반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이 많습니다.
<앵커>
신사업에서 조속한 성과 기대하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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