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9시 20분께 경남 거제로 상륙한 제6호 태풍 '카눈'이 강도는 다소 약해졌지만 느린 속도로 한반도를 종단할 전망이다.
태풍이 느리게 이동하면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부는 시간이 길어져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카눈의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75hPa(헥토파스칼)과 32㎧로 추정된다. 강도 등급은 '중'으로 우리나라에 접근해올 때보다 한 단계 낮아졌다.
현재 카눈의 북진 속도는 시속 25㎞이다.
카눈은 이날 정오 대구 남남서쪽 50㎞ 지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속도는 시속 31㎞, 오후 3시 청주 남동쪽 60㎞ 지점까지 북상했을 때 속도는 시속 33㎞로 빨라지겠다.
현재도 '느린 태풍' 축에 드는 카눈은 이후 진행 방향을 북북서쪽으로 바꾸면서 속도가 줄겠다. 보통 태풍은 방향을 바꾸면 속도가 느려지는데 '관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카눈은 이날 오후 6시 청주 북동쪽 40㎞ 지점에 이르렀을 때 속도가 시속 26㎞, 오후 9시 서울 동남동쪽 30㎞ 지점에 있을 때 속도가 24㎞까지 떨어지겠다. 자정 서울 북쪽 40㎞ 지점에 다다르면 속도가 시속 19㎞까지 느려질 전망이다.
북한에 들어선 뒤 카눈은 시속 15㎞ 내외 속도를 유지하겠다. 이는 성인이 달리는 속도 정도에 불과하다.
카눈이 북한에서 느리게 움직이면서 남북 접경지역에 많은 비를 퍼부어 임진강과 한탄강 등 남북 공유하천 하류에 수해를 일으킬 수 있다.
과거에도 속도가 느린 태풍이 큰 피해를 일으킨 바 있었다.
대표 사례가 피해규모로 역대 태풍 중 5위 안에 드는 2002년 '루사'다. 루사는 2002년 8월 31일 전남 고흥반도에 상륙했을 때 이동속도가 시속 30㎞였고 내륙을 지날 땐 시속 18㎞까지 속도가 떨어졌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