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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트라우마 대응' 가이드북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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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이 취재·보도 등 직무 과정에서 겪는 트라우마의 실태와 원인을 분석하고 종합적인 대응책을 제시하는 <언론인 트라우마 가이드북 1.0>이 나왔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가 함께 참여한 '언론인 트라우마 위원회'는 취재 현장 및 보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언론인의 트라우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오늘(25일) <언론인 트라우마 가이드북 1.0>(이하 가이드북)을 제작, 온·오프라인 책자 형태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가이드북은 언론인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대표적인 트라우마 반응과 특징, 이에 따른 영향 등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형 재난사고나 성범죄, 자살사건 등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사안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들 역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또 재경험이나 악몽 같은 침습 현상, 외상 사건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회피 현상,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거나 부정적 사고에 빠지는 현상, 과각성과 수면 장애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현장 기자뿐만 아니라 보고를 받고 판단하는 데스크 인력은 물론 영상, 사진 제작 과정에 관여하는 이들 모두 트라우마에 노출될 수 있다. 언론인들은 하나의 취재가 끝나기 전에 또 다른 취재에 투입되면서 진행형으로 트라우마를 겪는다는 점도 다른 직군과 다른 특징이다.

가이드북은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요인이 다양해지면서 새롭게 문제로 떠오른 트라우마 유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보도 이후 부각되기 시작한 '도덕적 상해'와 2018년 미투 운동, 정치 양극화 이후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언론인에 대한 '온라인 공격'이 대표적이다.

이같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트라우마는 최근 근무 연차가 낮은 기자들이 기자직 자체에 회의를 품게 하고 데스크와 소속 언론사를 불신하게 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이드북은 기자가 겪는 트라우마 문제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언론인과 언론사가 트라우마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트라우마 리터러시'에 대한 대안도 제안한다.

이를 위해 현장 기자와 데스크가 각각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을 자세히 나눠 소개하고 있다. 취재 사안에 대한 인식 단계부터 취재원 인터뷰, 현장 취재와 촬영 단계, 기사 작성 및 편집·보도 과정은 물론 보도 이후 단계에 이르기까지 과정별로 각자 인지하고 주의해야 할 점을 담았다. 특히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불거진 유족 취재 및 보도 과정의 논의와 동의권, 초상권 문제 등을 통해 '트라우마 공감 저널리즘(Trauma-Informed Journalism)'의 대안을 모색해보고 있다.

가이드북은 언론인을 향한 온라인 공격에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해외 사례와 국내 언론사들의 사례를 통해 대비책을 제안한다.

기자 개인 차원의 대응은 물론 회사 차원에서 기자를 보호하기 위해 취해야할 조치를 소개하고 있다. 소속 기자가 특정 단체나 개인으로부터 지속적이고 집요한 공격을 받는다면 이는 회사 차원에서 공식 대응해야 할 사안이므로 온라인 상에서의 피해 최소화는 물론 해당 기자에 대한 심리 지원 및 안전 확보, 법적 조치 여부 등을 신속하게 결정해서 대응해야 한다.

기자 개인 또한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면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 회사와 공유하고 자신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을 살피며 법적 조치 등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가이드북은 언론사 차원에서 트라우마 문제를 이해하고 소속 구성원들이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 문제에 대비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호주에서는 지속적인 사건사고와 법조 취재를 했던 기자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게 되자 소속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해 이기면서 해외에서도 언론사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이드북은 평상시 기자 개인이 트라우마를 잘 관리하기 위해 업무 및 취재원과 적절한 거리유지를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자 직군의 특성상 동료간 심리적 외상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관계적 사회적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료 지지'를 대안의 일환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도덕적 상해'를 예방하기 위해 언론사 특유의 수직적 문화를 점검하고 현장기자와 데스크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이번 가이드북은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다트센터, 구글뉴스 이니셔티브가 2021년 11월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 언론인 대상 첫 트라우마 실태조사 설문 결과와 2022년 11월부터 안현의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와 이화트라우마연구실에서 진행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2023년 5월 언론인 트라우마 위원회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토론회 등을 토대로 마련한 것이다. 특히 각종 설문 조사 및 연구 결과 분석 과정은 국가트라우마센터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트라우마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꼼꼼한 자문을 거쳐 진행했다.

언론인 트라우마 위원회는 같은 회사 내 선후배 그룹 모임이나 같은 출입처 내 동료 기자 모임 등 다양한 기자 모임에서 가이드북 1.0을 읽으며 활용해줄 것을 권고했다. 가이드북에 대한 현장의 반응 등을 수렴해 향후 '가이드북 100배 활용하기'를 위한 다양한 모임이나 지원책도 모색할 방침이다.

또 트라우마 공감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를 발굴하고 각 사별로 트라우마 예방 및 대응책의 좋은 사례를 찾아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인에 대한 공격, 여성 기자들을 향한 성적 괴롭힘 등에 대해서는 법조계와 포털업계 등과 논의하고 협력해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정애 언론인 트라우마 위원장은 "국내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언론사들뿐 아니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나 한국심리학회 등 유관기관에서도 언론인의 트라우마 문제를 인지하게 됐다"며 "'언론인 트라우마 가이드북 1.0'이 지금까지의 취재나 보도 관행 중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무엇을 고려하고 어떻게 취재해 보도할지 판단하는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인 트라우마 가이드북 1.0> 한국기자협회 링크 주소
http://www.journalist.or.kr/data/banner/2023_trauma.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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