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초구에서 2년 차 신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며 교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부산 북구 한 초등학교에서 제자에게 폭행당한 A 교사는 24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를 회상하며 "교권 침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번 일을 겪고 교직을 떠나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제도적 시스템을 고치기 위해서는 자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8년 차 교사인 A씨는 올해 이 학교 3학년 담임 교사를 맡았다.
A 교사가 지도하는 반의 학생인 B군은 학기 초부터 말썽을 부렸다고 한다.
B군은 개학 첫날 같은 반 학생 여러 명의 멱살을 잡거나 때려 학교 폭력으로 신고당했고, 이후에도 교실 유리창을 깨려고 해 다른 교사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지난달 12일에는 B군이 수업 시간에 A 교사의 얼굴을 때리고 몸을 발로 차는 사건이 벌어졌다.
A 교사는 가슴뼈 등을 다쳐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고 현재 병가를 내 치료 중이다.
A 교사는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맞고만 있다가 10여 대를 맞고 나서 정신을 차리게 됐다"며 "아픈 것보다 아이들 앞에서 맞았다는 수치심이 더 컸다"고 회상했다.
이어 "다시는 B군을 못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반 아이들이 매일 잘못되는 꿈을 꿔 너무 무섭고, 이러한 폭력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옮겨갈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폭행 사건 이후 A 교사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지만,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는 신청하지 않았다.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면 학부모가 자극받아 오히려 자신을 아동학대로 신고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A 교사는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 때문에 교직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며 "아이들을 정당하게 교육할 수 있는 권한도 없고, 다른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A 교사는 또 "이번 일로 직장과 꿈을 포기하는 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때문에 교감 선생님을 포함한 동료 선생님들과 해결 방법을 강구하고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A 교사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직접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교사마다 업무용 휴대전화기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통화상 녹취가 가능하게 하고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는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A 교사는 그러면서 "교권보호위원회나 아동학대 신고로 수사기관에 조사받아야 할 때 변호사와 상담하고 동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교사노조 역시 더 이상 아동학대 신고에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할 경우 정상적으로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지역에서 열린 교권보호위원회는 2020년 72회, 2021년 98회, 2022년 84회이며, 올해 5월까지 46회다.
부산교사노조는 "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된 것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 사례의 10%에 불과하다"며 "아동학대 신고가 교사를 공격하는 무기로 변질해 A 교사처럼 교권보호위원회 신청을 쉬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교권보호위원회의 정상화를 비롯해 현장 일선에 있는 교사들의 인권과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