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는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최하위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의 유형화'(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논문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에 대해 노동 시간과 가족 시간에 대한 주권(선택권) 수준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다.
연구진은 2021년을 기준으로 한 OECD 통계를 통해 자료 확보가 가능한 31개국의 시간주권 보장 수준을 노동 시간과 가족 시간 등 2가지 영역에서 모두 26개 지표를 통해 점수를 매겼다.
연구진은 노동 시간은 ▲ 근로시간 ▲ 고용률과 맞벌이 수준 ▲ 소득 ▲ 보육 환경을 통해, 가족 시간은 ▲ 휴가 기간 ▲ 휴가 사용률 ▲ 휴가의 소득 대체율 ▲ 모성·부성 관련 휴가 법적 보장 등을 통해 각각 시간주권 수준을 점수화했다.
한국은 두 영역 중 노동 시간의 주권 수준이 1점 만점 중 0.11점으로 꼴찌에서 3번째였다. 한국은 미국(0.14)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조사대상 31개국 중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그리스(0.02점), 체코(0.09점) 뿐이었다.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1천601시간으로 조사대상 중 가장 길었으며 25~54세 전일제 근로자 1주일간 평균 일하는 시간 지표에서도 41시간으로 최하위였다.
장시간(주당 48시간 초과) 근로자 비율(18.9%) 역시 조사대상 국가 평균(7.4%)의 2배 이상 높아 압도적 1위였다. 성별 임금 격차도 31.1%포인트로 전체 평균(11.5%포인트)의 3배에 육박하며 가장 높았다.
가족 시간 영역에서도 0.37점으로 31개국 중 20번째를 기록하며 하위권이었다. 한국은 이탈리아(0.35점), 스위스(0.34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미국(0.05점), 호주(0.10점), 뉴질랜드(0.12점), 그리스(0.13점) 등이 한국보다 낮았고 에스토니아(0.96점), 스웨덴(0.95점) 등이 최상위였다.
연구진은 일 시간과 가족 시간 등 두 영역에서 모두 점수가 높은 그룹을 1그룹, 일 시간 영역은 높지만 가족 시간 영역은 낮은 그룹을 2그룹, 반대로 일 시간 영역은 낮지만 가족 시간 영역은 높은 그룹을 3그룹, 두 영역 모두 낮은 그룹을 4그룹으로 분류했는데 한국은 이 중 최하위 그룹인 4그룹에 속했다.
1그룹에는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등 10개 국가가, 2그룹에는 에스토니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 6개국이, 3그룹에는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6개국이 각각 속했고, 한국과 같은 4그룹에는 그리스, 미국, 캐나다 등 9개국이 포함됐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258분으로 31개국 중 포르투갈(241분), 리투아니아(247분)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가장 긴 노르웨이(368분)보다 2시간 가까이(110분) 적었다.
논문은 "한국이 속한 4그룹은 노동시간은 과도하고 가족 시간이 짧아서 일-생활 균형 시간을 보장하는 수준이 낮은 국가"라고 지적하면서 "근본적으로 짧은 근로시간을 전제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부가 모두 일할 수 있는 사회, 저임금 위험이 낮은 노동시장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