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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더 팔린다…버핏이 사랑한 슈퍼마켓 '크로거' [바이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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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요즘 어디서 장을 보세요? 스마트폰 하나로 저녁에 소파에 누워 휘리릭 장을 마칠 수 있는 시대이지만,
그래도 동네슈퍼, 대형마트에 들르면 또 그 나름대로 재미가 쏠쏠하죠.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 회사는 무려 100여년 전부터 미리 주문받아서 근거리 유통할 방법을 생각하고, 남들보다 먼저 PB 브랜드를 시작해 당일 배송을 촘촘히 깔아둔 아마존의 지배력 아래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아 기술기업으로 변신 중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뉴욕 주식시장에서 반짝이는 기업들을 들여다보는 바이 아메리카
오늘은 워런 버핏이 사랑한 식료품 기업이자, 팬데믹과 인플레이션을 모두 이겨내고, 유통 시장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미국 최대 슈퍼마켓 '크로거(티커명 KR)'이야기입니다.



티커명 KR인데 한국 회사, 당연히 아니구요. 독일계 미국인인 버나드 크로거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1883년에 창업한, 그러니까 무려 140년 역사를 가진 유통 업체입니다.

미국 내 마트, 슈퍼마켓 체인점 시장은 국내에도 익숙한 월마트, 코스트코를 비롯해 앨버트슨, 퍼블릭스(Publix), 타겟(Target), 알디(ALDI), H-E-B, 달러 제네널, 트레이더 조 등이 가격대별로, 지역별로, 판매 품목별로 세분화되어 전쟁을 벌이는 곳입니다.



이런 전쟁터에서 전체 통틀어서 2위를 하는 곳이 크로거이고요, 말이 슈퍼마켓이지, 그냥 대형마트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주로 미 대륙의 가운데에서 지도로 봤을 때 중서부와 남부를 기반으로 깔려있는데, 2,700개 가량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요즘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대형마트를 들르면 다른 가게 갈 필요없이 직접 구운 빵, 눈앞에서 잘라준 신선한 고기가 바로 살 수 있잖아요. 크로거가 처음 구상한 게 바로 직접 빵집, 신선육 가공 회사(Shapell, Nagel & Co.)를 차려서 마트 안에 두고 판매하는 거였어요.

신선하고, 볼거리 많으니까 매장에 머무는 손님은 일정하고 중간 유통을 줄이니까 마진도 올라가고, 때때로 할인폭을 늘려 경쟁업체를 따돌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크로거가 경기가 나빠도 호황이어도 잘 버티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자체 브랜드 상품이에요. 우리는 PB상품이라고 부르죠. 보통 베끼기 쉬운 우유, 쿠키 정도로 시작하는데 빵, 신선육, 유제품 가공공장 다 갖추고 있다보니까 대형 식품회사 수준의 효자상품, '프라이빗 레이블 브랜드'로 슈퍼마켓 시장을 장악한 곳이 크로거입니다.

심플 트루스(Simple Truth), 크로거, Big-K 등의 브랜드를 내세워서 지난해 기준 자체 생산이 가능한 PB 상품 수만 1만 3,500개, 식료품 매대의 42%를 직접 채울 만큼의 공급망을 구축하고서 PB 상품만으로 매출 40조를 기록했습니다.


이렇다보니 마트 체인점은 제조회사에 상품 좀 납품해달라 읍소할 필요도 없고 가격 주도권 쥐고, 매장 재고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지금 같은 경제 구조에서 따박따박 현금이 쌓일 수 밖에 없겠죠.

또 미국 유통업체들의 실적이 안정적인 건 팬데믹으로 바뀐 소비습관도 한 몫하고 있어요.

크로거는 한 달에 소액으로 구독할 수 있는 밀키트 브랜드 '홈셰프(Home Chef)를 2018년 인수했는데,
이 제품들 평을 보면 구독 가격도 적당하고 오븐에 돌리기만 하면 딱. 야근 후 요리할 기운없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시장 원조격인 블루 에이프런 밀어내고, 헬로 프레시에 이어 2위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대형 M&A를 단행햇는데, 앨버트슨이라고 하는 4위 업체와 합병 심사를 대기 중에 있기도 합니다.
만일 이 심사를 통과하면 246억 달러로 미국 유통기업 사상 최대 인수합병이자 월마트급 회사가 하나 더 탄생하게 될 예정이에요.

여기에 배송망도 물건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인공지능 풀필먼트를 영국 오카도와 함께 미리 구축해뒀고, 이게 성공하면서 또 확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미리 온라인 쇼핑, 플랫폼 전환을 준비한 덕분에 팬데믹 터지자 마자 쿠폰 뿌려가면서 고객들 다시 붙잡아서 매출이 92% 뛰었고, 이젠 전자상래거 플랫폼 확장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이렇게 현금 흐름을 키워 벌써 17년 연속 배당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쯤에서 꼭 등장해야 할 분이 있죠. 오마하의 현인이자, 식료품 기업 예찬론자 워런 버핏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0년부터 크로거 주식 매입을 시작해 3대 주주 자리에 올라있어요.

크로거의 실적도 시장 기대를 꾸준히 넘어서왔는데 지난해(2022년) 매출 148억 달러(우리 돈으로 192조원), 영업익은 41억 달러(53조 원)을 기록했어요.
물론 완벽한 기업은 없겠죠. 크로거도 당장은 앨버트슨과 인수합병의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꽤 긴 기간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할인점포로 강점을 내세워왔지만 이보다 더 싼, 초저가 슈퍼마켓들도 존재해요. 그럼에도 안정적인 현금 창출, 12개월 PER 10배 수준의 낮은 밸류에이션, 꾸준한 배당을 고려할 때 출혈 경쟁이 일상인 유통 기업중에 마땅한 대안이 잘 안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회사 살펴보면서, 국내 유통기업들의 변화가 느리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온라인 플랫폼 공세에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마땅히 저렴한 것 같지도 않은 편이죠. 140년 산전수전 다 겪은 크로거의 성장이 한국 마트들에게 자극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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