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접근하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40대 의사 A씨의 삶은 지난해 자신을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라고 속인 전화금융사기범과 단 한번의 통화로 무너져 내렸다.
사기범은 다짜고짜 A씨 계좌가 범죄수익 자금세탁에 쓰였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미 법원에서 발부받았다는 A씨 구속영장을 메신저로 보내주기까지 했다.
수사에 협조하면 약식 조사만 한다는 말에 A씨는 의심 없이 메신저로 전달된 링크를 눌러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금융감독원에 확인해봤지만 실제로 계좌가 자금세탁에 사용됐다는 답을 받았다.
경찰이나 검찰·금융감독원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전화금융사기 일당에게 연결되도록 애플리케이션(앱)이 설계됐기 때문이었다.
A씨는 범죄 연루 여부를 확인하려면 재산 내역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가짜 검사의 말에 속았다. 예금과 보험, 주식은 물론 은행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40억원을 일당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일당은 경찰 수사로 붙잡혔지만 A씨의 40억원은 이미 해외로 빼돌려 찾을 길이 없어진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발생한 전화금융사기 피해 7천363건 중 기관 사칭 사례는 4천515건으로 전체의 61.3%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만707건 중 기관 사칭이 3천787건으로 35.4%에 불과했었다.
A씨 사례처럼 최첨단 통신기술을 도입한 전화금융사기가 출현하면서 직업·학력·경력과 무관하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범행 수법을 미리 숙지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인터넷 주소가 포함된 '미끼 문자'는 절대 확인하지 말고, 피해자가 걸고 받는 모든 전화를 전화금융사기 일당이 가로채는 '악성 앱'을 주의하라고 설명했다.
구속 수사 등을 언급하며 수사에 협조하라고 압박하거나, 보안 유지를 들먹이며 주변에 얘기하지 말라고 종용하면 전화금융사기일 가능성이 크므로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영장이나 공문서를 절대 문자로 보내지 않는다"며 "모든 전화나 문자는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