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발생한 인천 초등학생 학대 사망 사건은 이른바 정인이 사건,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이 우리 사회에 준 충격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유사한 양상으로 소중한 아동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으로 다시금 우리 사회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구나 최근 해당 사건으로 재판이 시작된 후 피고인인 계모가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알고 지낸 교인들에게 탄원서를 작성하여달라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 한 번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탄원서는 과연 어떤 효과가 있길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형사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이고, 또 써주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탄원이란 “사정을 하소연하여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람.”이라는 뜻이니 재판에서 탄원서란 쉽게 말해 판사에게 바라는 점을 적어서 제출하는 서류이다. 인천 초등학생 학대 사망 사건과 같은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작성하여 달라고 했다면 그 탄원서는 결국 엄벌에 처하지 말고 형을 가볍게 해달라는 내용이 된다. 반대의 경우, 피해자와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탄원서가 제출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형사사건에 적용하는 형법, 형사소송법 등에는 탄원서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다만, 형법 제51조가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제1호로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을, 제4호로 “범행 후의 정황”을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인의 주변 사람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면 그러한 사정은 앞서 살펴본 “범인의 환경”이나 “범행 후의 정황”을 이루는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실제 최근 수행한 형사사건의 판결문에도 양형의 이유로 “피고인의 갱생을 돕겠다는 지인들의 탄원서가 제출되어”라는 내용이 있었다.
즉, 피고인이 탄원서를 받아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감형해줘야 하는 법도 없고, 감형된다는 보장도 없다. 여러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탄원서는 아무 소용도 없고 판사는 바빠서 읽어볼 겨를도 없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칼로 무 자르듯 명백한 사건이 아닌 이상에야 형을 정할 재량이 있는 판사는 탄원서라도 있으면 반영한다는 평가도 있어 그 효과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형사재판을 계속 중인 그 숱한 사건들 속에서, 비슷한 유형의 두 사건이 있다고 했을 때 한 사건은 탄원서라도 제출되어 있고, 나머지 사건은 그조차 없다면 두 사건을 완전히 똑같이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탄원서에 대한 특별한 법률이 없는 이상, 탄원서를 작성하여주면 불이익을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 재판을 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피고인이다. 탄원서를 작성해주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피고인과 가족관계거나 오래 알고 지냈기에 정이 있어 진심으로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피고인이 지위나 탄원인의 사정을 악용하여 작성을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의 오너나 기관의 장이 소속 직원들에게 탄원서 작성을 강요했다거나 하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바람직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이러한 탄원서 작성 이유들은 탄원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라도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다만, 내가 쓰는 탄원서가 작게나마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유가 어찌되었든 일단 작성해준 탄원서는 그 내용대로 재판부에 제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누군가 나에게 탄원서 작성을 부탁했다고 해서 무심코 써주기 보다는 어떤 사건인지, 그리고 내가 쓰는 탄원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한 후에 결정할 필요가 있다.
민사원 변호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최우수로 졸업한 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대법원 국선변호인(2023), 서울고등법원 소송구조(2023), 서울남부·북부지방법원 일반국선변호인(2023), 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2023), 사단법인 동물보호단체 헬프애니멀 프로보노로 참여하고 있다.
<글=법률사무소 퍼스펙티브 민사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