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양가에서 각각 5천만 원까지 총 1억 원을 증여세 없이 물려받을 수 있는데, 결혼자금에 한해 이 한도를 늘려 예비 신혼부부들의 결혼 비용 부담을 일부나마 줄여주겠다는 구상이다.
기획재정부는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 경제적 대응 여력을 확충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구체적인 확대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이 성인 자녀·손주 등 직계비속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자녀 1인당 5천만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증여 한도는 10년간 누계 기준으로 적용된다. 성인 기준으로 10년간 5천만원, 20년이면 최대 1억원까지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5천만원을 넘기면 과세표준별로 10∼50%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러한 공제 금액은 2014년 3천만원에서 5천만원(미성년 1천500만→2천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10년 가까이 유지됐다. 이 때문에 납세자들 사이에서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공제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 역시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증여세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향의 정책을 설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결혼 비용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 세대 간 자본 이전을 통해 청년층의 소비 여력을 늘린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사실상 사문화된 법 조항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결혼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5천만원 이상의 '결혼 자금'을 지원받는 청년들이 이미 상당히 많고, 이에 대한 단속도 거의 불가능한 현실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연간 출생아가 25만명 수준까지 줄어드는 등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한 정책"이라며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증여 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종적인 한도의 수준은 여론을 수렴해 향후 세법 개정 단계에서 결정하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결혼·출산 장려정책과의 실질적인 연계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증여받을 재산이 없거나 재정적 어려움으로 결혼을 미룰 수밖에 없는 청년층들이 '공제한도 확대'의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도 허점으로 꼽힐 수 있다.
정부는 또한 고령화 대책으로 사적연금 및 주택연금의 가입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2013년부터 11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사적연금 분리과세 기준(현행 1천200만원)의 상향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사적연금 수령액이 연간 1천200만원 이하일 경우 수령연령에 따라 3∼5%(지방소득세 포함 시 3.3∼5.5%)의 낮은 세율로 소득세를 부과한다.
반면 수령액이 1천2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6∼45%)되고, 분리과세를 선택하더라도 수령액 전액에 15%(지방소득세 포함 시 16.5%)의 비교적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