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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 피한 소년에 경찰이 총격...분노로 불타는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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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해 도망치려던 10대에 경찰이 총격을 가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여러 지역에서 점차 격렬해지고 있다.

전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사건 영상을 보면 경찰관 2명이 도로에서 차를 멈춰 세웠는데, 그럼에도 차가 앞으로 나아가자 운전석을 향해 총구를 겨눴던 경찰관이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이 담겼다.

AFP는 영상 속에 "네 머리에 총알이 박힐 거야"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녹음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처음에 운전자가 차를 몰고 경찰관들을 향해 돌진하는 바람에 총을 쐈다고 설명했지만, 영상 속 운전자가 빠른 속도로 출발하는 장면만 담겨 거짓 해명을 했다는 논란까지 일었다.

당시 운전대 잡았던 나엘(17) 군은 총성이 들리고 나서 수십m를 이동한 뒤 어딘가에 부딪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경찰은 나엘 군이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고 보고 불러세웠다. 차는 렌터카였고, 그 안에는 다른 2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명은 도주했고, 나머지 1명은 나엘 군과 같은 미성년자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받고 난 뒤 풀려났다.

나엘을 쏜 경찰을 규탄하며 전날부터 시작된 시위는 소년이 사망한 낭테르뿐 아니라 툴루즈, 디종, 리옹 등에서도 열렸다. 이날 자정 이후에는 파리 지역에서도 일어나 진압 경찰 2천명이 배치됐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은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해 현재까지 150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낭테르 주변 지역에서는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쓴 시위대가 보안대를 향해 불꽃과 폭죽을 발사했다. 큰 연기가 피어오르고 수십 대의 자동차와 휴지통이 불에 탔으며 길을 막는 장벽이 세워져 있었다고 AFP는 전했다.

한 건물 벽에는 "나엘을 위한 정의", "경찰이 죽인다"라는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었다.

파리 북동부 18구와 19구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고무총을 발사했지만 시위대는 떠나지 않고 병을 던지며 맞섰다.

경찰에 따르면 파리 남쪽 에손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승객을 모두 내리게 한 뒤 버스에 불을 질렀고 중북부 클라마르시에서는 트램이 불에 탔다.

남부 툴루즈에서는 차량 여러 대가 불에 탔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이 시위대가 던진 물건에 맞았다고 경찰 내 소식통이 밝혔다. 디종과 리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당국은 보고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시위에 참여한 150명이 체포됐다며 "시청, 학교, 경찰서가 불에 타거나 공격받는 등 공화국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폭력의 밤이었다"고 비판했다.



시위가 확산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아침 일찍 각료 회의를 소집했다. 앞서 남부 마르세유를 방문하고 있던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설명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법당국에 최대한 빨리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프랑스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PSG)는 트위터에 "나의 프랑스가 아프다.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적으면서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뤼팽' 등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오마르 시도 나엘 군의 사진과 함께 "그 이름에 걸맞은 정의가 이 아이의 기억을 기릴 수 있길 바란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프랑스는 이번 사건으로 2005년 흑인 소년 두 명의 죽음으로 인해 촉발됐던 폭동 사태가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당시 저소득층 이민자 가정이 몰려 사는 파리 교외에서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 2명이 감전사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는 인종차별과 만성적인 실업 등 이민자 사회의 누적된 사회적 불만이 폭발했다.

당시 두 달가량 이어진 소요 사태로 전국에서 300여 채의 건물과 1만여 대의 차량이 불탔고 6천명이 체포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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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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