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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빼앗긴 금융사…플랫폼 수수료만 '눈덩이'

'금융서비스=네카토' 공식 여전
금융사, 플랫폼 수수료 부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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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사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전통 금융사들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식당들이 배달앱에 종속된 것처럼, 금융사들도 빅테크사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건데요.

송금을 하거나 예금·대출 상품을 비교할 때, 여러분들은 어떤 앱을 주로 이용하시나요?

김보미 기자가 시민들 의견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기자>
[김민주(34): 토스요, 여러가지 은행·증권사앱을 한번에 볼 수 있어서 편해서 많이 쓰고 있어요.]

[최진우(23): 카카오페이로 송금하고 있습니다. 친구한테 보낼 때 번호로 바로 보낼 수 있어서]

간편 송금은 물론이고 대환대출, 보험비교, 카드신청 등 각종 금융서비스들이 한 데 모여 있는 빅테크앱들.

네이버, 카카오, 토스 이른바 네카토로도 웬만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서, 은행이나 카드사 등 전통 금융회사 앱은 아예 써본 적이 없다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사들이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추가하며 자체 플랫폼화에 나서고 있지만 빅테크사들을 따라잡기엔 여전히 역부족인 겁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특히 젊은 분들의 경우 (빅테크 앱 사용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변경에 대한 필요성도 잘 못느끼고 있고 빅테크에 대한 금융사들의 플랫폼 종속화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거든요.]

문제는 수수료입니다.

금융사들은 플랫폼 회사와 서비스 제휴를 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하는데, 이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불과 1~2년 사이에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크게 증가했다“며 ”개인 신용대출 고객의 70% 이상이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합니다.

자본력과 수많은 지점을 갖춘 시중은행들이야 그나마 플랫폼 입점을 거부하며 '여수신'업무를 지켜가고 있지만, 지방 은행이나 저축은행, 카드·보험사들의 의존도는 이미 커질 대로 커지고 겁니다.

이렇게 '협업'이라는 명목 하에 금융사와 플랫폼사는 이제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상황.

그나마 수수료율 수준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투명화되고 있다지만, 금융사들의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도 반도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

<앵커>
자세한 이야기 취재기자와 만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사실 플랫폼 종속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정부정책도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인데, 최근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입니까?

<기자>
금융당국은 은행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개선 TF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스몰라이센스나 챌린저뱅크 같은 특화 은행 설립 방안도 논의가 됐는데요, 최근에는 은행의 고유업무를 제3자에 위탁할 수 있는 은행대리업 도입까지 검토되고 있습니다.

은행 고유업무란 은행법상 예적금이나 자금 대출 등을 말하는데, 은행이 아닌 핀테크사가 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겁니다.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대리점처럼 여러 은행의 업무를 대리하는 은행대리점이 출범할 수 있다는 건데, 결국 은행 입장에서는 또 한 번 핀테크나 대형 플랫폼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의 결제방식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최근에는 지갑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삼성페이죠.

뒤이어 애플페이도 사용자가 늘고 있고 빅테크 플랫폼이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결제 규모도 상당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5,000억 원에 달했던 간편결제서비스 일평균 이용금액이 지난해 7,300억 원대까지 늘었습니다.

증가세가 상당히 빠릅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간편결제서비스 안에 카드같은 결제수단이 탑재되는 형태입니다.

이렇다보니 카드사 입장에서는 플랫폼사업자에게 수수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애플페이였죠.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0.15% 수준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최근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와의 제휴를 추진 중입니다.

여기에 최근 거론되고 있는 삼성페이까지 유료화로 전환될 경우 카드사들이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만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 같습니다.

그렇다면 금융사들이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런 현상들 때문에 금융사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체 플랫폼화를 추진해왔습니다.

단지 금융플랫폼이 아닌 여러 생활서비스들을 탑재한 생활금융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추진 중입니다.

실제로 뱅킹앱에서 금융서비스 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카드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카드사 앱을 플랫폼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다른 카드사 결제가 가능한 '오픈페이'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플랫폼 종속화가 더 빠르게 이뤄지자, 카드사들은 QR결제 공통 규격을 만들어서 자체 카드앱 사용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거론되는 게 편의성 문제입니다.

앱을 구동하는 습관만 보더라도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네이버, 카카오앱을 가장 많이 활용할 겁니다.

이에 비해 뱅킹앱은 단지 송금이나 잔액 확인 용도 정도로만 쓰이고 있고, 이마저도 빅테크 플랫폼에서 가능해지다보니 소비자가 꼽은 필수 금융앱 순위에서도 밀리는 상황이 됐습니다.

리포트에서도 언급이 됐지만 특히 이미 페이방식의 결제가 익숙해진 소비자가 이걸 또 다시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그리고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금융사들 입장에서 쓸 만한 카드는 없는겁니까?

<기자>
현재 많은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특색있는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개인의 흩어진 모든 정보를 한 데 모을 수 있는데, 이 데이터들을 활용해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일부 금융사들은 마이데이터를 활용해서 금융상품 비교서비스를 제공하며 빅테크사들과 맞서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비스보다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다시 끌어올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이 주요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소비자가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 결제방식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소비자들은 이동합니다.

실제로 지난 달 네이버페이가 현장결제 서비스에서 포인트를 무려 두 차례나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해서 한 달새 이용 건수가 175%, 인당 거래액은 174%나 증가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전통 금융사들이 항상 지적받는 부분이 잡아둔 물고기에는 밥을 잘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신규 고객 잡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인데, 이미 보유한 고객들, 특히 우량고객들을 이런 변화 속에서도 놓치지 않도록 세심한 전략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장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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