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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항소 포기하면 연내 송환도 가능…"빨리 끝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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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가 시작된 것에 발맞춰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19일(현지시간)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의 위조 여권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각각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권 대표는 "나만 처벌해달라"며 측근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바나 베치치 판사는 두 피고인에게 똑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법원은 지금까지 구금된 기간이 형량에 산입되며, 두 사람은 판결에 항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4월 한국을 떠난 권 대표는 도피 행각 11개월째인 올해 3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출국하려다 체포돼 현지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기존 구금 기간을 포함할 때 잔여 형기는 1개월가량이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위조 여권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최소 3개월에서 최고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재판부가 최소형에 가까운 판결을 한 데다 권 대표 등이 최근 공판에서 보여온 태도를 볼 때 일단 항소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권 대표 등은 지난달 11일 첫 공판 때, 코스타리카 정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여권 자료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난 16일 두 번째 공판 때는 코스타리카 여권의 진위 확인 요청을 취하했다. 시간을 끌 수 있는 '지연 전술'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한씨는 몬테네그로의 열악한 수감 환경에 지친 듯 "인터폴에서 이미 위조 여권이라는 게 확인이 됐다면 이 재판을 빨리 끝내고 싶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권 대표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판결 후 취재진과 만나 항소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판결문을 받은 뒤 의뢰인들과 상의할 것"이라며 "의뢰인들의 구체적인 상황과 이들에 대해 범죄인 인도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상급 법원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범죄인 인도 절차에 필요한 신병 확보를 위해 지난 15일 이들의 구금 기간을 6개월 연장했다. 구금 기간이 6개월이어서 이르면 연내에 권 대표 등의 인도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권 대표 등이 체포된 3월 23일부터 지난 8일까지 사건을 대리했던 브란코 안젤리치 변호사가 의뢰인들이 송환국에서 열릴 재판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점이다.

안젤리치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와 인터뷰에서 "의뢰인들은 다른 나라 법정에서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의뢰인들은 해당 절차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 등이 범죄인 인도를 신청한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국가로 송환되든 충분히 법리상 다퉈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송환 절차에 맞서지 않고 순순히 응할 가능성도 있다.

권 대표는 지난해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전부터 스위스 은행 계좌를 통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여러 차례 돈을 보냈는데, 일찌감치 법적 대응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권 대표는 미국에서는 연방검사 출신의 대형로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고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물론 현 상황에선 어떤 것도 예단하기 어렵다. 권 대표가 태도를 바꿔서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해 항소해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갈 수도 있고, 범죄인 인도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이에 불복해 또 소송으로 맞설 가능성도 있다.

권 대표는 또 몬테네그로 거물 정치인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 현지에서 추가 기소될 수 있다. 이 경우 새로운 재판이 진행돼 송환 지연은 불가피해질 수 있다.

로디치 변호사는 권 대표 등의 송환 여부와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국가로 송환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작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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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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