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검찰단이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싣고 가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사고로 인해 숨진 것처럼 위장한 혐의를 받는 육군 부사관의 신상정보를 유족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19일 군 검찰단은 살인, 사체손괴 혐의로 구속된 육군 모 부대 소속 A(47)원사에 대한 유족 측의 신상정보 공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 검찰단은 "피의자의 신상 공개 필요성, 공개에 따른 미성년 자녀와 본인이 입게 될 인권침해 가능성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피의자의 신상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최근 "이 사건 범행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하다고 판단한다"며 "특정강력범죄법에 근거해 피의자 얼굴, 성명, 나이 등을 일반에 공개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군 검찰단에 신상정보 공개를 신청했다.
이에 군 검찰단은 지난 16일 군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비롯해 법학교수, 신경정신의학과 전문의, 성직자, 변호사 등 7명으로 구성한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 3월 동해시 구호동에서 A씨가 몰던 싼타페 승용차가 축대 벽을 들이받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 B(41)씨가 숨졌다.
군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숨진 B씨 목 부위에서 '눌린 흔적'이 발견된 점, 사고 당시 B씨 발목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로 심한 골절상을 입었음에도 발견된 혈흔은 소량이었던 점 등 타살 의심 정황을 발견하고 이달 초 A씨를 구속 상태에서 군 검찰에 넘겼다.
A씨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초기 병원에서 만난 경찰관들에게 졸음운전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군 당국의 수사가 시작되자 진술을 번복했다.
유족 측은 "A씨는 군 당국에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 병원으로 B씨를 옮기다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며 "B씨는 두 자녀의 엄마로서 자녀 교육과 삶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했고 극단적 선택 예후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반해 A씨는 평소 빚 문제로 B씨와 자주 다퉜다"며 "B씨 장례식에 일가친척, 직장동료들을 오지 못하게 하고 장례식 직후 군 출신 변호인을 선임해 사건에 빠르게 대응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내를 잃은 남편으로서의 모습보다는 범행을 저지른 뒤 회피하고 방어하는 피의자의 전형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사고 지점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A씨가 모포에 감싸진 상태의 B씨를 차에 태우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러나 정작 차량에는 모포가 없었고 경찰은 사고 장소와 떨어진 곳에서 A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포를 발견했다.
영상에는 사고 직전 A씨 차량이 사고 지점 주변을 여러 차례 맴도는 모습도 포착됐다.
유족 측은 A씨는 사건 당일 B씨 시신을 씻기고 사건 현장을 청소한 뒤 증거 등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인멸한 정황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군 검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조만간 그를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