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금융위원회가 연내 자사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핵심 쟁점과 우리 증시에 미칠 여파, 증권부 조연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봅니다.
먼저 우리 시장에서 자기주식 소각이 얼마나 이뤄지는지 봐야겠습니다.
<기자>
올해 자기주식 소각을 결정한 상장사는 모두 57개사입니다. (16일 기준)
2022년 연간으로 총 59곳이 자기주식 소각에 나섰던 것에 비교하면, 반년 만에 지난해 수준으로 확대됐습니다. 두 배 늘어난 것이죠.
재무 상태가 탄탄한 대기업들, 특히 금융사들이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인 편인데, 현대차와 KB금융지주, 메리츠화재, 신한지주, 하나금융, KT 등이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들 주가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12개 기업 중 공시 이전보다 주가가 떨어진 기업은 두 곳에 불과하고 10 곳은 올랐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자사주 취득이 여전히 소각의 두 배에 달하고, 자사주 보유 규모에 비해 소각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아직 갈길이 멀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앵커>
자사주 소각, 그리고 앞서 리포트에서 봤듯이 인적분할 측면에서도 기업들의 자사주 활용은 시장이 평가하는 모습입니다.
현재 당국이 검토 중인 개선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뭡니까?
<기자>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바로 자사주 강제 소각 법제화입니다.
제안된 개선안에는 소각을 의무화하거나 독일처럼 10% 보유 한도를 두면, 경영진의 편법적 자사주 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 나왔는데요.
하지만 강제 소각 법제화는 우리나라 상법과 충돌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현행 상법은 "배당가능 범위 내 자사주를 자유롭게 활용(취득, 처분, 소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서 소각을 의무화하면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죠.
법조계에서는 "자사주 처분 제한은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기업활동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적대적 M&A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신주인수선택권(포인즌필) 도입이 과거 추진됐지만, 상법개정 당시 자사주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며 무산된 바 있죠.
사실상 '자사주가 유일한 방패'라는 것은 기업 뿐 아니라 개선안을 제안한 전문가들, 그리고 정부에서도 공감하는 입장입니다.
코스닥 상장 기업들 중에서는 벌써 이번 자사주 개선 논의가 시작된 것만으로도 걱정이 앞서는 기업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부회장
"일반적인 경영권 합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대적 M&A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불안해 하는 겁니다. 근래 감사의원 분리 선출,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완화 등으로 운동장을 기울어지다 보니, 경영자 입장에서는 투기 세력이 자기 회사를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에.. 강제소각이나 일정 비율을 제한하기 보다 주주환원정책을 하도록 유인책을 주는 방향이 나오길 바랍니다."
<앵커>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면 코스피가 3,000을 넘을 것이다' 이런 분석이 나옵니다.
어떻습니까?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또 우리 주식시장 측면에서 좋은 겁니까?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5년에 걸쳐 상장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코스피 지수가 3,210에 이를 것이란 추산입니다.
<앵커>
규모가 얼마나 되나요?
<기자>
74조원인데요.(2월 말 기준)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3% 정도입니다.
자사주 소각 기한을 4년, 또는 3년으로 축소하면 코스피 가치는 3370, 3620까지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는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을 합해서 새 주주환원지표를 만들고 배당성장할인 모형에 대입해 추정한 것인데요.
소각 의무화가 자리잡는다면, 이후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들은 주주환원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만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소각을 강제화하면 중소중견기업들, 특히 재무적인 안정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기업들이 시장에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 증시를 흔드는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앵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정해진 로드맵은 없다"는 입장인데, 실제 개선안은 어떤 방향으로 그려질 것이라 전망됩니까?
<기자>
이번 자사주 제도 개선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한 정책 과제 중 하나입니다만, 사실 정치권에서 인기있는 소재죠. 특히 2017년 대선때는 모든 후보가 꺼내들었기도 하고요.
그만큼 이해관계가 굉장히 첨예하기 때문에 쉽게 결론이 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업의 실질적 수요와 주주 보호를 균형있게 고려해 정책을 마련하겠다" 밝혔는데요.
자사주를 취득할 때 소각 여부를 공시하고, 실제 소각까지 이어지는 기업에 대해서 세액공제 등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스스로 자사주 소각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안이 거론되구요.
공시도 단순 금액 등 정보만 나열하는게 아니라, 소액주주권익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했는지 설명식 공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또 일정 한도 초과 물량에 대한 권리 정지 방식 등 일부 타협적인 차원의 개선책을 내놓지 않겠냐는 관측입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
"의무화는 답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전혀 절차적 통제가 없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 맞게 매입 당시 시가 총액에서 제외하고, 시장에서 재매각할 때, 특히 경영권 분쟁에 한해서는 신주와 비슷하게 절차적 통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증권부 조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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