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민연금의 중기자산배분안 살펴봤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한 연금개혁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계획입니다. 관련해 증권부 유주안 기자와 이야기를 더 나눠보겠습니다.
<앵커-1> 먼저 국민연금은 적립금이 늘어나는 동시에, 기금을 운용해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요, 지난 1분기에 수익률이 다소 회복을 했지요?
<기자> 지난 1분기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에서 6.35%(잠정) 수익률을 거둬서 약 58조원의 평가이익을 얻었습니다. 작년에 -8.22% 수익률로 79조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에게 큰 불안감을 줬는데 이중 상당부분을 한 분기만에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주식도 안 좋고 채권 역시 급격한 금리상승 상황 속에서 수익률이 크게 악화했는데 올 들어 주식이 회복하고 채권금리 안정되면서 다행히 손실을 크게 줄였습니다.
국민연금의 연간 기금운용수익률을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8년 -0.92%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연간 두자릿수 안팎의 양호한 성과를 내왔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유례없이 주식과 채권 모두 떨어지면서 막대한 손실을 냈는데, 작년 사례를 보면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지 새삼 알 수 있습니다.
<앵커-2> 오늘 의결한 중기자산배분안은 이같은 배경 속에서 나왔다고 봐야 하겠지요? 해외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인데, 이렇게 한다면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까요?
<기자> 쌓이는 적립금을 잘 불려주는 것 만큼이나 손실을 보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계속해서 크게 불어날 예정이기 때문에 만약 손실을 본다면 타격이 과거에 비해 훨씬 커집니다.
지난 1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발표한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재 953조원 규모인 적립기금은 오는 2040년까지 앞으로 약 17년간 계속 늘어나며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 줄어들면서 2055년에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5년 전 나온 4차 재정추계 때보다 고갈 시점이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이나 빨라졌습니다. 연기금 분야 전문가들은 투자의 기본원칙, 분산투자 원칙을 잘 지켜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주식이 떨어지더라도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채권이 안전판이 되어주고 부동산 등 대체투자 수익으로 마이너스를 메꿔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올 1분기 기준 국내외 주식에 총 406조원, 전체 기금의 46.2%를 투자하고 있고, 채권에 약 390조원, 대체투자에 153조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오늘 발표한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 5년 후인 2028년까지 주식자산 비중을 55%까지 늘리면서 국내주식 비중은 줄이고 해외주식 비중을 크게 늘릴 예정이고요, 대체투자 비중은 15%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절대 투자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앵커-3>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계속 줄이고 있는데, 국내 증시에 수급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지 않나요?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이 1755조원까지 지금의 거의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나기 때문에 비중을 줄인다 하더라도 2040년까지는 절대규모가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최대치를 찍고 나면 줄어드는데, 이는 가진 자산을 현금화시켜 수령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 국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주식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431조원으로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주식을 40조원 가까이 들고 있는데요,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지분의 약 8%이며 국민연금 국내주식투자액 전체의 22%에 해당합니다. 이를 팔기 시작한다면 삼성전자의 수급과 국민연금 수익률에 여파가 미칠 수도 있겠지요. 어제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조 달러 찍었다고 하는데,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당장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2040년 이후엔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4> 집권 2년차를 맞아 윤석열 정권이 국민연금 개혁에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이는데요, 앞으로 개혁논의는 어떻게 진행될 전망입니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첫 국회 연설(22.5.16)을 통해 연금, 노동, 교육개혁을 3대 개혁과제 제시했습니다. 이후 국회에서 연금 개혁과 관련한 특위가 구성됐는데,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당초 4월이던 활동기한을 10월 말까지로 연장해놓은 상태입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연금개혁의 핵심 쟁점에 대해 의견 차가 워낙 크다보니 논의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내년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전히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연금특위와 별도로 정부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수립을 준비해왔는데요, 다음달인 6월중 복지부는 재정계산보고서 작성, 7월 공청회와 8~9월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0월께 이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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