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즐겨 먹으면 인지기능 저하를 부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따르면 한림대의대 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 교수 연구팀은 65∼90세 노인 196명을 대상으로 매운 음식 섭취가 치매(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노인 중 113명은 인지기능이 정상이었고, 나머지 83명은 치매는 아니지만 경도인지장애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이들 노인이 1년 동안 주 1회 이상 먹었던 음식을 매운 강도에 따라 '매운 맛 없음'(93명), '낮은 매운맛'(58명), '높은 매운맛'(45명)으로 나눠 알츠하이머병 관련 초기 인지기능 변화로 알려진 '삽화기억' 감퇴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삽화기억이란 개인적으로 경험한 일이 시간과 공간의 맥락에서 기억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집 열쇠를 언제 어디에 두었는지를 기억하는 식이다.
이 결과, 높은 매운맛 섭취 그룹에서 초기 인지기능 변화로 볼 수 있는 기억 손상 소견이 관찰됐다. 반면 낮은 매운맛 섭취 그룹과 매운맛 없음 그룹에서는 이런 손상 소견이 없었다.
매운 음식과 인지기능 저하 사이의 이런 연관성은 신체활동이 낮은 그룹에서 더 두드러지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고용량의 캡사이신 섭취가 신경독성을 유발한다는 동물실험이나, 매운 고추 섭취량이 많을수록 인지기능이 낮아진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와 이번 연구의 맥락이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평소 매운맛을 즐기더라도 신체 활동이 활발하면 다양한 체내 메커니즘을 통해 신경 독성으로부터 뇌를 보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김지욱 교수는 "치매가 없는 노인에서 높은 매운맛 섭취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에 관한 임상적 근거를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다만, 매운맛이 덜하거나 순한 매운맛은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성이 없었다는 점을 평소 식생활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