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5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면서 "물가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낮추면서 높은 경기 불확실성도 강조했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공개한 통화정책방향회의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는 낮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위험,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금통위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1년 2개월 만에 3%대에 진입하며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지난 전망치 3.0%보다 0.3%포인트 높은 3.3%를 제시했다. 금통위는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는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과 양호한 서비스 수요 등으로 당초 전망보다 완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3.75%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는 두 가지"라며 "근원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지 지속할지, 이것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텐데 겁만 준다고 시장이 반응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우리는 옵션을 열어놨고 물가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1.6%에서 1.4%로, 내년 성장률은 2.4%에서 2.3%로 낮춰 잡았다.
물가는 한은의 예상 경로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하면서 추가적인 긴축에 부담이 커진 셈이다.
금통위는 국내 경기와 관련해 "앞으로 당분간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하반기부터 IT(정보기술) 경기 부진 완화와 중국 경제 회복 등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라며 "IT 경기 반등 시기, 중국 경제 회복의 국내 파급 영향 정도, 주요 선진국 경기 흐름 등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무역수지 흐름, Fed의 정책금리 인상 종료 기대, 미국 부채한도 협상 등에 따라 상당 폭 등락했다고 평가했다.
장기 국고채금리는 주요국 국채금리 움직임에 따라 다소 상승했다는 평가다. 가계대출은 소폭 증가, 주택가격은 하락 폭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