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진행한 국가자격시험의 답안지가 채점하기도 전에 파쇄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공단 측은 재시험 기회를 주고 추가 보상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23일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에 있는 연수중학교에서 시행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의 필답형 답안지가 파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지역 시험장 중 한 곳인 연수중학교에서는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자격증 관련 응시생 609명이 실기시험을 봤다.
시험이 끝난 후 답안지는 포대에 담겨 서울서부지사로 16개 시험장의 답안지가 옮겨졌다.
하지만 16개 시험장 중 연수중학교 시험지는 직원의 실수로 금고 옆에 있는 창고로 옮겨졌고 파쇄된 것으로 조사됐다.
채점실 관계자는 16개 시험장의 답안지 중 누락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한달 가까이 흐른 지난 20일에야 사고가 인지됐다.
공단 측은 "국가자격시험이 매우 많기 때문에 시험을 치른 즉시 채점을 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609명의 응시자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공단은 이들에게 개별 연락해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단은 당초 예정된 기사·산업기사 정기 1회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일(6월 9일)에 시험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험자의 공무원시험 응시 등 자격 활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다음 달 1∼4일 추가시험 기회를 제공한다.
이때 시험을 볼 수 없는 수험자는 다음달 24∼25일에 치를 수 있다. 이들에 대한 합격자 발표는 다음달 27일 이뤄진다.
원거리 응시자는 인근 공단 지사에서 시험을 응시하게 할 예정인데, 추가 응시를 원치 않으면 응시료를 환불해 줄 예정이다.
어수봉 인력공단 이사장은 이날 오전 급히 마련된 사과 브리핑에서 "국가자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어 이사장은 "공단이 관리를 소홀하게 운영해 시험 응시자 여러분께 피해를 준 점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이 시험을 본 15만1,797명 가운데 공단의 잘못으로 609명의 수험자들은 시험을 다시 한번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공인 자격 시험을 관할하는 인력공단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또한 재시험을 치르더라도 시험의 공정성 등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질 수 있고 피해를 입은 응시자들의 행정소송 등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단은 609명에게 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추가 보상 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단은 책임자를 문책하는 등 엄중히 조치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기술자격 시행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재점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