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열풍을 타고 방송가에서 1970∼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를 잇달아 재가공해 선보이고 있다.
21일 방송가에 따르면 지난 15일 ENA에서 처음 방송된 지니TV 드라마 '오! 영심이'는 1990년 방영된 애니메이션 '영심이'의 주인공 오영심(송하윤 분)이 30대가 돼 예능국 PD로 일하는 내용을 그린다.
드라마와 원작의 설정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만화가인 아버지 오대광(송영재)이 둘째 딸 영심을 주인공으로 만화를 그렸고, 그 만화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영심이'라는 설정이다.
첫 방송에서는 영심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된 비화를 다뤘다. 아울러 애니메이션에 그려진 모습 때문에 영심이 주위의 편견에 시달렸다고 토로하는 내용도 담겼다.
드라마는 중간중간 애니메이션을 삽입해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인물도 그대로 차용했다. 원작의 남자 주인공인 왕경태(이동해)가 드라마에 등장해 영심과 재회한다.
시청자들은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드라마 속 영심이가 애니메이션 속 영심이를 떠올리게 한다',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등의 평가를 남겼다.
MBC는 올해 하반기 범죄 수사 드라마 '수사반장'의 프리퀄 드라마인 '수사반장 1963'(가제) 촬영을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수사반장'보다 10년 앞선 1960년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박영한의 청년 시절 성장기를 다룬다.
배우 최불암 주연의 원작 '수사반장'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총 880회가 방송됐고 최고 시청률 70%를 넘어 한국 범죄 수사물의 효시로 꼽힌다.
'수사반장 1963'에서는 배우 이제훈이 수사반장이 되기 전 청년 박영한으로 변신해 성장기를 그릴 예정이다. 이제훈은 앞서 드라마 '모범택시' 시리즈에서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김도기 역할을 맡아 액션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익숙한 옛 창작물의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잇달아 나오는 것은 쉽게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심리적인 진입장벽을 낮추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과거 크게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를 활용하는 만큼 새로운 소재나 아이디어 없이 화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이미 과거에 대중적으로 굉장히 화제가 됐고 성공했던 콘텐츠들을 바탕으로 새 콘텐츠를 만들면 대중은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며 "이미 익숙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은 시청자의 선택을 받는 데 유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