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제도는 '불효자 양성법'입니다."(헌법소원 청구인 측 대리인)
"과거 상속받지 못하는 딸들을 구제하기 위한 양성평등 정신 아래 도입된 것입니다."(법무부 대리인)
1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민법 1112조 등 위헌소원 사건 공개 변론에서 '유류분 제도'의 위헌성을 두고 두시간 반 동안 공방이 뜨겁게 오갔다.
유류분은 상속인이 유언과 관계없이 상속재산 중 일정 비율로 보장받는 부분이다. 망인이 제삼자에게 유언으로 증여하더라도 확보되는 최소한의 상속분이라고 할 수 있다.
생전 장학재단을 설립한 A씨는 2019년 사망하면서 유언으로 모든 재산을 재단에 기부했다. A씨 자녀들은 자신 몫의 유류분을 돌려달라며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B씨는 2017년 10월 사망하면서 아들 쪽에만 유산을 물려줬다가 가족 간 소송전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A씨의 장학재단과 B씨의 아들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 건을 병합해 함께 심리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단은 "유류분 제도는 가산(家産) 관념이 기반인데 가족이 함께 재산을 형성하는 게 현대 사회에서 과연 가능한지가 문제"라며 "전근대적으로 보이는 공익을 위해 피상속인(망인)의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패륜적인 상속인에게도 청구권을 인정하는 점,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 등 공익적 증여까지 반환하도록 하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반면 유류분의 필요성을 옹호하는 법무부 측은 "이 제도는 유언의 자유와 친족 상속권 사이 타협의 산물"이라며 "가족 간 유대를 유지하고 상속 차별로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라고 반박했다.
법정 유류분은 전체 상속재산의 일부에 불과해 재산권 침해 정도가 크지 않으며 청년 세대 등 상속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펼쳤다.
양측은 유류분 계산에서 분모가 되는 '기초 재산'을 따질 때 생전 증여도 포함하는 것이 개인의 재산권 침해인지, 공동상속인의 공평을 추구하기 위한 것인지를 두고도 논쟁했다.
전문가 참고인들의 의견도 갈렸다. 현소혜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류분 제도의 정당성은 여전히 인정할 수 있지만 현행 제도는 지나치게 경직되고 유류분 반환 범위도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전원 교수는 "(현재 지적되는 문제들은) 개별 제도의 보완을 통해 해결할 여지도 다분하다"며 "제도 자체의 위헌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해서 결론을 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류분 제도는 2019년 가수 고(故) 구하라 씨가 사망한 뒤 오래전 가출한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상속권 상실 제도를 신설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고 21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