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수십차례 지진이 잇따른 강원 동해시 해역에서 15일 오전 규모 4.5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4.5 이상인 지진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하기는 2021년 12월 14일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해역 지진(규모 4.9) 이후 1년 5개월만이다.
1978년 이후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28차례에 그친다.
동해시에서 북동쪽으로 50㎞ 안팎 떨어진 해역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이번 지진을 비롯해 36차례(규모 2.0 미만 미소지진 포함)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을 '본진'(本震)으로 가정하면 34차례 전진(前震)이 있었고 1차례 여진(餘震·오전 8시 6분 규모 1.8)이 있었다. 다만 이후 규모가 4.5를 넘는 지진이 발생하면 해당 지진이 본진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연속지진'은 작년 서귀포시 동쪽 해역이나 2020년 전남 해남군 등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기상청은 역단층에서 이번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역단층은 상반이 위에 자리하고 하반이 밑인 단층으로 양쪽에서 미는 힘(횡압력)으로 형성된다.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 주변에서 과거 해양조사를 통해 역단층들이 발견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지진과 관련해서는 파악할 수 있는 바가 '역단층에서 발생했다' 정도 외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유라시아판 내부에 자리해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일본 등에 견줘 지진이 덜 발생하고, 발생해도 규모가 비교적 작은 한국은 내륙도 단층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바다 쪽은 '깜깜이'인 수준이다.
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분석과장은 "규모 4.5 지진이 발생했기에 (해당 해역에서) 단층 활동이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한다"라면서 "다만 해당 해역에 알려진 단층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진을 일으킨 단층에 대한 정보가 없어 앞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할지, 아니면 지진이 그쳐갈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진은 단층이 깨지거나 뒤틀리면서 지층에 축적되는 응력이 해소되는 일인데 단층 정보가 없으니 이번 지진으로서 응력이 전부 해소됐는지 알 수 없다. 이번 지진 에너지가 주변에 전파돼 응력으로 축적되면서 다른 지진을 일으킬 수도 있다.
박 과장은 "여태까지 발생한 지진만 보면 단층이 크지는 않으리라고 추정된다"라면서도 이 단층이 더 큰 단층의 연장일 경우나 큰 단층이 조금만 움직여 비교적 단층의 규모에 견줘 작은 지진을 일으켰을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곳은 동해 해저 큰 단층인 후포단층이나 울릉단층의 북쪽으로 추정된다. 두 단층은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각각 한꺼번에 붕괴하면 규모 7.0 지진까지 일으킬 수 있는 규모로 분석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은 울릉단층 북쪽 연장선에 있다"라면서 "해안선과 나란히 발달한 울릉단층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지진들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앞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할지 등은 단층의 상태에 달렸는데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1978년 이후 동해에서 발생한 최대 지진은 2004년 5월 29일 경북 울진군 동남동쪽 74㎞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2 지진이다. 홍 교수에 따르면 1900~1978년 외국 지진관측망에 관측된 자료를 보면 동해에서 규모 6.0이 넘는 지진도 발생했다.
조 센터장은 "이번 지진은 지난 2019년 (해당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과 거의 같은 지진으로 보인다"라면서 "과거 사례처럼 지진이 멈추면 가장 좋겠지만 더 큰 지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서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9년 4월 19일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규모 4.3 지진이 발생했었다. 이날 지진은 진앙이 내륙에서 50여㎞ 떨어진 바다였고 진원의 깊이도 31㎞로 비교적 깊어서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동해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동남해안을 따라 자리한 원자력발전소 안전이 가장 우려되는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지진해일(쓰나미)도 일지 않았다.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밀려올 정도가 되려면 동해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가 6.5 이상은 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닥친 적은 1990년 이후 4차례로 일본 서쪽 바다에서 규모 7.0~7.8 지진이 발생한 때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