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해안 일대에 수만마리 정어리 떼가 해안으로 몰려드는 현상이 나타난 데 이어 올해도 정어리 떼의 연안 유입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수과원이 올해 4월부터 통영 연안에서 정어리 자원 동향을 관찰한 결과, 정치망에 잡힌 어획물 91%를 정어리가 차지하는 등 정어리 출몰이 대폭 늘고 있다.
2006년 이후 정어리가 가장 많이 잡혔던 지난해에도 6월부터 정어리가 본격적으로 어획됐는데, 올해는 그 시기가 빨라지고 잡히는 비율도 늘어났다.
수과원은 "정어리가 높은 점유율 보이며 연안으로 유입이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올해도 지난해처럼 남해안 연안에 다량의 정어리 무리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어리는 회유성 어종으로 동북아시아 해역에 분포하고 있다. 플랑크톤을 주로 섭취하면서 포식자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거대한 무리를 짓고 이동하는데 그 규모가 최대 수㎞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만 해도 어부들이 "멸치보다 정어리가 많다"고 할 정도로 어획량이 많았다. 정어리 어획량이 가장 많았던 1987년에는 19만4천t이 잡혔다.
하지만 이후 정어리는 급속도로 국내 연안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2006년에는 공식적인 어획량이 '0'을 기록했었다. 그러다가 2011년 2천500t으로 소규모로 다시 잡히기 시작해 2017년에는 8천100t이 어획됐고, 지난해는 1만2천t까지 올랐다.
특히 지난해에는 정어리 떼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과 경남 진해·통영 연안 등에도 대량 출몰하면서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통영 일부 방파제에서는 대형 뜰채로 퍼내도 끝도 없을 정도의 정어리가 밀려왔고, 진해만에서는 연안으로 들어온 정어리가 산소부족 등으로 집단 폐사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거나 자연재해와 연관한 괴담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국내 연안의 수온과 먹이 환경이 다시 정어리 떼가 몰려들 수 있도록 변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충일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는 "정어리 떼는 표층은 따뜻하고 밑은 차가운 바다 환경을 좋아하는데 이런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이 늘어나고 정어리 생존에 유리한 먹이 사슬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바다는 특정 생물이 계속 살 수 있는 영양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생물들은 십몇년을 주기로 많이 잡혔다가 적게 잡혔다가 오르락내리락한다"면서 "들판에 풀이 났다가 안 났다가 하며 동물들이 사려졌다가 돌아오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