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동네 병·의원에서 전문의 전공이 아닌 다른 과목 진료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아청소년 진료만으로는 환자 수와 수입이 적어 만성질환이나 미용, 통증 등 수요가 많은 다른 과목으로 분야를 전환하는 추세가 커지는 것이다.
7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회원을 대상으로 미용, 비만·당뇨, 하지정맥류, 통증 등 성인 대상 진료에 대해 교육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역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들이 주축인 이 단체는 지난 3월 말 기자회견에서 "저출산과 낮은 수가 등으로 수입이 계속 줄어 동네에서 기관을 운영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폐과'를 선언했다.
그 후속 조치로 회원들에게 교육 지원 등을 통해 다른 진료과목으로의 전환을 돕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회는 다음 달 11일 학술대회에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며, 현재 500명이 넘는 회원이 교육에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 관계자는 "소아청소년 대상 진료만으로는 의료기관 유지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 소아·청소년에 더해 성인까지 진료 분야를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사전 교육 이후 실습 등까지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동네 병의원(일차의료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전공과 다른 과목을 진료하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기준 일차의료 소아청소년과 상근 전문의는 3천338명이고, 이중 전문과목과 진료 표시과목이 불일치하는 경우는 667명(20.0%)로 집계됐다.
2018년에는 소아청소년과 상근 전문의 3천226명 중 437명이 다른 과목을 진료해 불일치 비율이 13.5%였는데 5년새 약 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소아청소년과 의사회가 밝힌 대로 타과 전환 사례가 늘면 환자들의 소아과 진료 접근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흉부외과, 외과 등 필수의료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흉부외과, 외과 등 전문의가 동네에서 의원을 차린 뒤 전공과가 아니라 통증, 만성질환, 미용시술 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현영 의원실의 심평원 자료 분석을 보면, 심장혈관흉부외과 일차의료 상근 전문의 317명 중 81.9%(304명)가 전공과 진료 표시과목이 불일치했다.
외과도 2천632명 중 52.1%(1천370명)로 불일치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동네 병의원에서 흉부외과 전문의는 10명 중 8명, 외과 전문의는 10명 중 5명이 전공과 다른 진료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현상이 개선되려면 수가 인상을 비롯해 전반적인 의료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와 필수 의료 위기가 계속되자 올해 초 개선대책을 내놓은 바 있으며, 주기적으로 현황을 점검해 대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