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7년만에 인도를 방문한 가운데,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애플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쿡 CEO는 지난 18일 뭄바이에서 열린 애플 첫 인도 매장 개장식에 참석한 데 이어 이날 뉴델리 애플 매장 개장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한 누리꾼은 전날 "쿡이 신규 매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가 인도 시장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썼다.
SCMP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애플의 뭄바이 매장 개장 소식이 2008년 베이징에 아이폰 첫 중국 매장이 들어섰을 때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현재 중국에는 45개의 애플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또 아이폰 최대 생산 기지는 허난성에 둥지를 틀었다. 애플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운영하는 정저우 공장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 내 생산 차질로 타격을 입은 애플은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면서 인도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에서 애플의 행보는 15년 전 이 회사의 중국 진출 당시를 떠올리게 하며 중국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 다른 웨이보 누리꾼은 "애플은 중국을 떠나는 게 낫다. 우리 모두 화웨이를 대신 사용하자"는 글을 올렸다.
이는 "중국 누리꾼들의 생각을 요약한 빈정대는 코멘트"라고 SCMP는 짚었다.
현재 인도는 중화권(중국, 홍콩, 대만 포함)과 비교해 애플 사업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글로벌 순매출 1천172억달러(약 155조 9천억원)에서 중화권은 5분의 1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중은 8%다.
애플은 샤오미, 삼성전자가 이끄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톱5에 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이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베스트셀러는 아이폰13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츄 러 쉬안 분석가는 SCMP에 "쿡 CEO의 인도 방문은 애플에서 인도의 확장 계획을 강화한다"며 인도가 2025년 말이면 아이폰 조립의 23%까지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인도에서는 아이폰 조립의 6%가 이뤄졌다.
인도가 중국을 대체하는 애플의 생산기지로 부각되면서 폭스콘도 인도 남부 방갈로르에 아이폰 부품 공장을 건설하는 등 인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중국 관영매체 이차이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 노동자 수가 현저히 줄었다고 현지 직원을 인용해 보도했으나 해당 보도는 이후 온라인에서 삭제됐다고 SCMP는 전했다.
세계 아이폰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 공장은 작년 10월 코로나19 확산과 봉쇄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집단 탈출해 생산라인 가동에 큰 차질을 빚었다.
또 채용 사이트에 따르면 폭스콘의 광둥성 선전 공장은 이번주 스마트폰 조립 라인과 부품 생산 부문 노동자 시급을 19∼20위안(약 3천660∼3천853원)으로 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같은 기간 해당 분야 시급은 22∼26위안(약 4천238∼5천9원)이었다.
모두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의 여파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