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을 수임해놓고 1년 넘게 소송을 제기하지도 않은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경우가 또 발생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스포츠센터 살인사건' 피해자 유가족은 전날 이모 변호사를 상대로 7천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유족은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해 1월 가해자 한모(42)씨를 상대로 9억원대 민사소송을 준비하며 이모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무법인에 수임료와 인지대로 약 55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유족이 지난 2월 이 변호사 측에 경과를 확인한 결과 손해배상 소송은 접수되지 않았고, 약 1억원 상당의 한씨 재산 가압류만 이뤄졌다.
유족 측은 대리인을 새로 선임해 지난 달에야 한씨 상대 소송을 냈다. 이 변호사에 대해서는 수임료를 받고도 소송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전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한씨는 1심부터 내리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전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유족은 "변호사 측에 한씨의 형사사건 항소심 판결문을 보냈는데도 회신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족이 새로 선임한 변호사는 "일부 재산을 제외하고는 가압류를 신청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한씨 재산 조회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억만 가압류된 상황에서 한씨가 다른 재산을 이미 처분했다면 나중에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을 전부 받지 못할 수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피소된 이 변호사는 "당시 한씨의 재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돼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받아낼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다고 봤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보다는 산재 신청이나 범죄피해자 구제 등 대안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무장과 유족이 충분히 대화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 최대한 보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가 소송을 수임하고도 불성실하게 변론했다가 의뢰인에게 소송을 당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조국 흑서'의 공동 저자 권경애(58·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재판에 불출석했다가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도 않아 상고하지 못했고 판결이 확정됐다.
유족은 전날 권 변호사를 상대로 불법행위 또는 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