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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음료수' 사건 속 '공부 잘 하는 약' 이야기 [김수진의 5분 건강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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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메스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된 '마약 음료수'. 메가 ADHD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강남 학원가 앞 '마약 음료수' 배포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일당은 시음 행사를 가장해 필로폰 성분이 섞인 불법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건넸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의 연락처를 확보, '자녀가 마약을 했다, 경찰에 알리겠다'며 협박했다는 후문이다.

특이한 건 음료수에 적힌 설명과 음료명이다. '기억력상승' '집중력강화'라는 표현과 함께, 음료 판매로 유명한 국내 대형 제약사 이름이 쓰여져 있다. 물론 해당 제약사가 제조·판매하진 않았다. 상호를 도용당했을 뿐이다. 음료수에 가장 크게 붙어 있는 글자를 보자. '메가 ADHD'다. 마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효과가 있는 약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왜 거부감 없이 해당 음료수를 먹었을까. 범죄자 일당은 교묘하게 기억력, 집중력, ADHD라는 단어로 눈을 흐렸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아지는 음료수라니 거절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런데 ADHD 약이 낯설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강남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ADHD약을 '공부 잘 하는 약'이라며 오·남용한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사기꾼 일당이 괜히 'ADHD'란 글자를 대문짝만하게 음료수에 쓴 게 아니다. 불법 마약 외에, 강남 학원가 등에서 공공연하게 오·남용되는 의료용 마약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ADHD약, 오·남용 대상으로 이미 유명세

"대치동 친구들은 대부분 알아요, 먹으면 집중이 잘 되는 약이 있고, 공부하기 전에 먹고. 미국 학생들도 많이 먹는다고 했어요. ADHD는 아닌데…" 강남에서 수험생활을 했던 A씨의 말이다.

'공부 잘 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진 ADHD 환자에게 처방되는 '메틸페니데이트' 제제 이야기다. 얀센의 '콘서타', 명인제약 '메디키넷', 환인제약 '페니드' 등이 해당한다.

ADHD 환자는 뇌 속에서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메틸페니데이트 제제는 도파민이 뇌에 재흡수 되는 걸 차단, 체내 농도를 높여줘 부족한 도파민을 채워준다. 도파민이 적절히 분비되면 주의·집중력이 증가하고, 기억력도 향상된다. 그런데 이 점을 이용해 메틸페니데이트 제제를 오·남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부할 때 한 알 먹으면 집중이 잘 된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씨는 "실제로 병원에 와서 ADHD약을 달라고 무작정 요구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며 "정확한 검사를 통해 진단 후 처방을 받아야 된다고 하면 필요없다고 그냥 병원을 나가버린다"고 말했다.

메틸페니데이트 제제의 오·남용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처방량이 많은 병원을 감시할 정도다. 교육열이 높은 동네가 메틸페니데이트를 많이 처방받는다는 자료도 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서울에서 ADHD 치료제를 가장 많이 처방받은 지역은 강남 3구(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분석 결과). 2021년 한 해 서울에서 7만 2,874명이 처방받았는데, 강남(2004명), 송파(1971명), 서초(1333명), 노원(1108명) 순이었다는 분석이다.

●의존성은 물론, '키 안 크는 부작용' 우려 있어

ADHD가 있는 사람이 약을 먹으면 부족한 도파민을 채워주는 상황이라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상인 사람이 ADHD 약을 먹으면 문제가 생긴다. 도파민이 과도해지기 때문이다.

김인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병원에서 처방한대로 먹지 않고 불법 오·남용하면 문제가 많다"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드물게 경기를 할 수 있으며 조현병처럼 환청·환각이 생길 수 있고,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오·남용하면 해당 제제가 식욕을 떨어트리는 경향이 있어 식욕 부진으로 키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향 교수는 "청소년기 성장은 중요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오래 처방한 환자는 키·몸무게를 재고 조절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세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정상인 청소년이 ADHD 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활기찬 기분이 들 수 있는데, 실제로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약물에 의존하거나 중독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약처는 메틸페니데이트 제제를 의료용 마약류로 취급·관리한다. ADHD가 아닌데 집중이 잘 된다며 의료용 마약을 불법으로 구해 먹일 이유가 없는 셈이다. 김인향 교수는 "어른들 욕심으로 아이가 피해보는 경우"라며 "ADHD가 아닌 자녀가 먹으면 집중력에 큰 효과도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DHD가 아닌데,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자녀가 있다면 '환경'을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김진세 원장은 "너무 할 일이 많아도 우리 뇌는 집중이 잘 안된다"며 "휴대전화나 보지 않는 책 등은 방이 아닌 거실에 두는 등 멀리 치우고,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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