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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m 빨리 와라" 전국 산불에 '단비 대기조'된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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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언제야"

전남권과 충남권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4일. 이날 오후 2시부터 40분간 진행된 기상청 예보토의에서 관심사는 단연 '5㎜ 비가 내리는 시점'이었다. 일반적으로 비가 5㎜ 이상 내려야 산불을 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예보토의는 일기예보를 생산하기 위해 전국 기상청 예보관들이 관측자료와 수치예보모델 예측자료 등 가용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언성이 높아질 때가 있을 정도로 치열하다고 알려졌는데 이날 토의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저기압이 한반도를 지나며 전국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산둥반도 쪽에서 한반도보다 큰 저기압이 발달하고 있다. 저기압에 동반된 비구름대는 한반도뿐 아니라 중국 남동부까지 덮을 정도로 크다. 저기압이 북동진하면서 한반도를 통과해 6일 오전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연일 산불이 이어지고 전남과 충청을 중심으로 가뭄이 극심한 상황이라 이번 비는 가치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의 귀중한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고 이미 오전 10시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를 시작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역이 나왔음에도 예보토의에 참석한 예보관들 목소리엔 애타는 마음이 묻어났다.

산불을 끄는 데 도움 될 정도의 비가 빨리 내릴수록 좋은데 서해상 비구름대가 내륙으로 '들어올 듯 말듯'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저기압이 예상보다 약간 빠르게 우리나라에 접근해오면서 서해안 쪽에 남풍이 세게 부는 상황이 예보관들을 더 애타게 했다. 서해안에 남풍이 강하게 유입되면 함평과 순천 쪽 산불 진화가 어려워진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국장은 예보토의에서 대전지방기상청과 광주지방기상청 등 현재 큰 산불이 발생한 지역 기상청 등에 연신 "비가 5㎜ 오는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라고 물었다.

토의에서 충남 홍성은 오후 5~6시께 강수가 시작해 오후 9시께 진화에 '의미가 있는' 수준의 비가 오고 대전은 오후 6시께 비가 내리기 시작해 5일 새벽에 비가 어느 정도 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전남 쪽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전남도청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서 강수가 감지된 데 이어 함평에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토의 중 올라왔다.

이번에 비를 뿌리는 구름대는 양도 많고 균질해 전국에 고루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서해를 거쳐 접근해오는 저기압과 한반도에 머물다 동쪽으로 밀려나는 고기압 사이로 남풍이 강하게 유입되면서 강수량을 늘리겠다. 저 멀리 동중국해 쪽부터 습기를 끌고 올라오는 남풍이기 때문이다.

기존 고기압이 저기압에 동쪽으로 밀려나면서도 빠르게 이동하지 않고 어느 정도 버텨주는 점이 강수량이 많아지도록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겠다. 그간 건조한 날씨를 만든 고기압의 '마지막 선물'인 셈이다.



남풍이 산에 부딪히는 지역과 기류가 수렴하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는 특히 많은 비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이날 기상청 예보토의에서는 이번 비가 가뭄을 해소해주는 것을 넘어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허진호 총괄예보관은 "수도권에 5일 아침부터 낮 사이 강수의 강도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때 강풍까지 불면서 출근길에 우산을 펴기 어려울 정도로 비바람이 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토의에서 서울에 강풍특보를 내릴지도 논의됐으나 일단은 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산지 강수량도 주요 논의 거리였다.

제주산지에는 4~6일 최대 300㎜ 비가 올 수 있을 것으로 예보된 상태인데 일부 수치예보모델은 이보다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예보관들은 제주산지 최대 시간당 강수량 예상치를 50㎜로 높이되 전체 예상 강수량은 조정하지 않고 대신 관계 기관에 철저한 대비를 당부하기로 했다.

남풍이 세게 불면서 경기남부와 강원산지 쪽 강수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이날 예보토의에서 거론됐다.

산불이 발생하면 기상청도 비상 체제에 돌입한다. 진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이 날씨이므로 현장에 기상관측차량을 투입해 실시간으로 정교한 예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날 피곤한 모습의 김성목 예보정책과장에게 언제 출근했느냐고 묻자 "일요일 낮"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족과 꽃구경에 나섰다가 서울 인왕산에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출근해 이날까지 퇴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오늘 예보대로 비가 내리면 저녁에는 집에 가서 잠깐 씻고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이후엔 비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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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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