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의회 의원이 시청 간부들의 결례를 문제 삼아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공개 압박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열린 고양시의회 임시회 예결위 회의록에 따르면 김운남 의원(민주당)은 시청 공원관리과장, 생태하천과장, 녹지과장 등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해당 부서의 삭감된 예산을 살리지 않아도 되느냐고 따졌다.
고양의 숲 타당성 조사, 농업체험공원 노후 화장실 리모델링, 일산호수공원 개선, 고양항 조성 등과 관련한 예산이 대폭 삭감됐는데도 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과 면담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다른 부서에서는 과장은 물론, 팀장까지 찾아와 '이것 좀 살려주세요'라고 부탁하며 다녀갔다"면서 "공원 관리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 안 살려도 되느냐? 왜 한 번도 오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김평순 공원관리과장은 "직접 찾아뵙지 못해 오늘 이 자리에서 충분하게 다시 한번 설명해 드리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김 의원은 "의회 일을 하다 보면 (간부들이 찾아오지 않은) 예산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푸른 도시사업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수오 소장은 "일일이 찾아뵙고 보고하거나 설명하지 못해 이 자리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사과했고 김종천 녹지과장도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또한 김 의원은 암 투병을 하는 공원 관리인 A씨의 건강을 고려해 인사 대상에 넣지 말라고 미리 얘기했는데 수용되지 않았다고 공원관리과장에게 야단쳤다.
김 의원은 "그분 생사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김평순 과장이) 일조했다. 잘못되면 과장의 책임이 크다"고 압박했다.
김 과장은 "해당 직원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라서 병가 치료를 하도록 설득했으나 출근을 고집해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했다"면서 "병세가 악화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손동숙 의원(국민의힘)은 "환자의 병세 악화에 과장이 일조했다는 발언은 무례할 뿐만 아니라 공식 석상에서 제기할 사안이 아니다"고 응수했다.
또한 손 의원은 직위를 이용해 직무 관련자의 임용·승진·전보·포상·징계 등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시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김 의원이 위반했다며 윤리위원회 회부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운남 의원은 "삭감된 예산을 살리려면 과장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설명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그런 노력을 보이지 않아서 그 문제를 거론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암 투병 중인 공원 관리인은 코로나19가 진정된 다음에 근무지를 바꿔 달라는 요청에도 인사 발령이 이뤄져 병세가 나빠진 사실을 알고 해당 과장을 나무랐다"고 말했다.
(사진=고양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