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내가 가진 부를 어떻게 하면 자손에게 최대한 많이 물려줄 수 있을까 일 겁니다.
지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60세 이상 인구가 보유한 자산은 3,000조 원을 넘습니다.
부의 세대 간 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인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세와 증여세가 걸림돌입니다.
한국경제TV 특별기획 '인구 절벽, 판이 바뀐다'. 오늘은 적극적인 자산 이동을 망설이게 하는 우리나라의 세금 문제 짚어봅니다. 박승완 기자입니다.
<기자>
인구 구조 변화로 '자산 고령화'가 거듭되면서 상속과 증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자발적인 상속이라 볼 수 있는 증여의 증가가 가파른데, 2021년 기준 50.5조 원으로 4년 새 2배 늘었습니다.
최근에는 미성년자나 사회초년생에게 자산을 일찌감치 넘겨주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증여를 받는 사람(수증인)이 30세 미만인 경우가 7만 명으로 1년 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2021년 기준)
이에 은행권은 상속과 증여 상담을 자산 관리의 중점으로 키워나가는 모습입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상속과 증여에 특화 한 지점을 열고, 신탁이나 세무, 법률 등의 상담을 진행합니다.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상품을 내놓는 모습인데, '부(富)의 이전'이 관심인 방문객들이 이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이경구 /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지점장 : 증여가 잠재적인 니즈(수요)이기 때문에 플랜(계획)을 짜도 살아생전에 세금을 크게 납부해야 하는 염려에 실행을 안 하는 경우가 과거에는 많이 있었는데, 실제로 3~4년 전부터는 실행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신한은행은 상속·증여 관련 비대면 상담 예약을 시작했고, 우리은행은 전국 영업점에서 선발한 자산승계 전문 집단을 꾸려 전문화를 더할 계획입니다.
늘어나는 소비자 관심에 은행들의 대응도 바빠지는 모습이지만 낡은 세금 제도가 발목을 잡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각국이 상속과 증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일례로 미국은 지난 2018년 '상속·증여통합공제' 한도를 2022년까지 12배(1,206만 달러, 약 156억 원)로 높이는 정책을 내놨고, 이는 대규모 자산 이전의 촉매제가 됐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상속세 한도(5억 원)는 22년, 증여세(5천만 원/10년)는 8년간 그대로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너무 높고, 이는 경제 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꼬집습니다.
[오문성 /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 증여세 때문에 자금이 밖에 나와서 경제적인 투자에 이용되지 못합니다. 현금 증여로 이뤄지는 부분이 있어서. 5만 원 권 같은 고액권들이 지하로 자꾸 묻히는 거죠.]
개인적으로 상속과 증여에서의 세금 부담을 덜고, 사회적으로는 고령층에 몰려있는 자산을 아래 세대로 옮겨 투자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제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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