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북한인권단체가 북한 구금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기록을 담은 두 번째 보고서를 발간했다.
24일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소속 30대 여성 A씨는 임신 2개월 때 중국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됐다. 불법적인 국경 출입 혐의로 기소된 그는 함경북도 경원군의 한 병원에서 임신 7∼8개월에 강제 낙태를 당했다. 이후 함경북도 회령시 무산리에 있는 전거리교화소로 옮겨져 3년간 재교육을 받았다.
노동당원이던 40대 북한 남성 B씨는 주민들의 탈북을 돕고 밀수에도 관여하다 양강도 혜산시 인민보안성 구치소에 18개월 동안 구금됐다. 이후 재판을 거쳐 평안남도 개천시의 재교육 캠프로 옮겨진 그는 음식을 주지 않는 등 갖은 고문을 당하면서 체중이 한 달 만에 60㎏에서 37㎏으로 급감했다.
보고서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탈북민 269명을 면담한 결과를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가해자, 피해자, 구금시설의 특징과 인권침해 건수를 규명했다.
이는 올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출범 1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3월 코리아퓨처가 발간한 첫 보고서 DB를 업데이트해 작성한 것이다.
1991년부터 현재까지 북한 구금시설에서 발생한 고문·강제노동·강간 등 인권침해 사례 가운데 코리아퓨처가 인지한 것은 7천200여 건이었다. 집계된 피해자는 1천156명, 가해자는 919명이었으며 소재가 파악된 구금시설은 206곳이었다.
인권침해 유형별로는 위생·영양을 포함한 건강과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형태가 1천589건으로 가장 많았고, 표현의 자유 박탈(1천353건)·고문이나 비인간적 대우(1천187건)가 뒤를 이었다.
가해자 소속기관은 한국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성(현 사회안전성) 소속이 502명, 강제노동 수용소 관할 기관인 국가보위성 소속이 321명 등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피해자는 여성(816명)이 남성(331명)보다 많았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 결과가 북한 노동당이 구금시설에서 행해지는 고문 행위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가진 국가기관임을 확인시켜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구금시설은 함경북도(99곳)에 가장 많이 있었으며 양강도(50곳), 함경남도(20곳), 평안남도(9곳), 평안북도(8곳), 자강도(6곳), 강원도(4곳), 황해남도(3곳), 평양(3곳), 황해북도(3곳), 나선시(1곳) 등이었다.
보고서는 피해자들과 심층면담을 통해 북한 구금시설을 3차원(3D) 모델로 제작해 보여주면서 "북한 내 일반 구금시설에 수감된 수감자들은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과 비슷하게 높은 수준의 고문 및 비인도적 대우에 노출되고 있기에 정치범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원 코리아퓨처 조사관은 "북한 내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침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책임규명은 요원한 상태"라며 "코리아퓨처의 조사활동 결과 식별된 핵심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제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