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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도, 기업도 불만…미궁 빠진 근로시간 개편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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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연일 시끄럽습니다.

애초에 명확한 설명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대통령실 내에서도 정리된 의견이 나오지 않으면서 논란이 커졌는데요.

경제부 임동진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계속 갈팡질팡합니다.

현재는 정확히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지난 6일이었죠.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내놨습니다.

현재 한 주에 연장근로를 포함해 최대 52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한데요. 주 단위로 묶여 있는 근로시간 제한을 월, 분기, 반기, 최대 연 단위로 칸막이를 열어 확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주 6일 일한다고 봤을 때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여론이 부정적이었죠.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14일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이 근로자들, 특히 MZ 세대들의 의견을 들어 법안을 재검토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수습되지 않자, 16일엔 안상훈 사회수석은 "윤 대통령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다.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20일 또 여기에서 대통령실 관계자가 ‘주 60시간’이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개인적 생각'이며 60시간 이상도 나올 수 있다고 혼란을 줬는데 바로 다음 날, 어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앵커>
사실 이번 개편안의 의도가 왜곡 돼 전달된 측면도 있는데요.

지금처럼 혼선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
정부의 개편안은 '주 최대 52시간'을 '주 평균 52시간'으로 유연화했을 뿐 근로시간의 최대 총량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근로시간의 관리 단위가 커지면 연 최대 30% 까지 연장근로의 상한선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정부가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는 말을 했고 이 부분이 특히 부각된 것이죠.

여기에 대통령실에서만 명확한 설명과, 의견 일치 없이 14일 이후 연달아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어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고용부 장관도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고 소통 부재를 시인했습니다.

물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결국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얘기하지만 사실상 정책조율과 홍보 실패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야당에서 대통령과 대통령실, 정부 간 '엇박자'를 질타하고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만든 건 결국 대통령실이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죠.

의견을 듣겠다, 보완하겠다고 열린 태도를 보였지만 신속하게 움직이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21일 저녁까지 아직 근로자들의 의견을 들을 여론조사 방식이나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앵커>
결국 중요한 건 실제 법의 적용을 받게 될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일 텐데요. 근로자들은 이번 개편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이민재 기자가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앵커>

결국 중요한 건 실제 법의 적용을 받게 될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일 텐데요.

근로자들은 이번 (노동시간) 개편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이민재 기자가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일주일 최대 69시간, 64시간과 60시간.

고용노동부과 대통령실 사이에서 여러 번 바뀌는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에 직장인들은 혼란스럽습니다.

[ 이민희 / 직장인(21) : MZ세대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워라벨 (이기 때문에) 주 69시간이 나온 것은 비효율적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 생각합니다. ]

[ 정재윤 / 직장인(34) : 지금도 주 52시간 이렇게 진행을 하고 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그게 잘 지켜지지는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

제도를 결정하기 전에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정민혁 / 엘프 공인노무사 : (주 69시간 등) 강제적으로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이런 여론을 반영해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시간 개편안 재검토하고 주문하자,

고용노동부는 MZ세대인 2030청년들과 네 차례 연속 소통하고 있습니다.

새로고침 노동자협회의 등을 통해 의견 교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이정식 / 고용노동부 장관 : 최근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현장에 여러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공짜 야근, 임금 체불, 근로 시간 산정 회피 등에 단호히 대처해 실 근로시간을 줄이고… ]

하지만 아직까지 반응은 싸늘합니다.

특히 최대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대신에 안식 월, 장기 휴가 등 쉴 때 쉬게 해준다는 대안에 대해, 실제 직장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 백재하 / LS일렉트릭 사무직노조 위원장 : 52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연, 월차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 월차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수당도 안 주고 있고 1년 지나면 소멸되고 있습니다. ]

정부는 다음달 17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 동안 여론을 최대한 반영해 개편안을 다듬겠다는 계획입니다.

한국경제TV 이민재입니다.

<앵커>
기업들도 갈피를 못잡는 정부 입장에 불만이 있을것 같습니다.

<기자>
기존에는 주 최대 52시간에서 노사 합의로 탄력제를 적용하면 특정한 주에는 64시간 까지 근무가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69시간으로 최대 근무 가능 시간이 늘어나고 관리 단위가 확대되는 건 기업들에겐 긍정적이었죠.

신제품 출시, 대규모 세일 행사 등 특정 기간, 계절에 일이 몰리는 상황에 현재 대응이 어렵다는게 근로시간 개편 요구의 가장 큰 이유였는데, 이 부분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윤 대통령이 한 주에 6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면서 오히려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책이 퇴보했다는 입장입니다.

또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근로시간 단위를 확대하면 총 근무 시간을 줄이겠다는 정부 입장에도 반발하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앞으로 근로시간 개편, 어떻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까?

<기자>
정부는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보다는 근로시간 유연화 자체는 계속 밀고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이 60시간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계속 강조한 만큼 근로시간이 늘어나긴 어려워 보이고요.

총 시간은 줄이면서 탄력근로제 등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분석입니다.

또한 근로시간 개편 수용과 정착을 위한 방안도 정부가 현재 고민하고 있습니다.

주당 근로시간을 늘릴 경우 원할 때 휴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이번 개편안에 대한 불만 중 하나인데요.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는 평균적으로 연차휴가의 76%를 쓰고 있고, 전 직원이 모든 연차를 소진하는 기업은 40.9%였습니다. 20대 직장인 절반은 1년에 연차휴가로 6일도 못쓰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여기에 연장 근로를 해도 수당을 제대로 못 받는 공짜 야근 문제까지 정부도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노사문화를 바꿔가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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