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호주 언론이 한국의 긴 근로시간과 관련해 과로사(Kwarosa)라는 단어를 소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주 최대 69시간을 포함한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 방안을 둘러싼 한국 'MZ세대'의 반발을 소개했다.
WP는 17일(현지시간) '한국 정부는 69시간제를 원한다. 청년층은 반발한다' 제목의 기사에서 "청년층의 반발로 한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69시간제 도입 결정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주 40시간 근무가 기본이고 초과 근로는 12시간으로 한정됐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20~30대가 이를 넘어서는 시간에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노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20~30대 인터뷰 결과 고용주들이 일과 시간을 넘긴 저녁에 집에서 잔업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적 조사를 피하기 위해 일부 고용주들은 고용인의 업무 효율을 문제 삼기도 한다"고 전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30세 임모 씨는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해 주당 근무시간이 70시간이 넘는다. 52시간을 넘는 초과 근로에 대해서는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35세인 대니얼 김은 의학 분야 연구원이다. 그 역시 지난 8개월 동안 오후 10시 이전 퇴근한 사례가 없다. 주 80시간 근무는 동종 업계에서 흔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제약 회사에 근무하는 그의 부인은 집에서 잔업을 처리한다.
이미 52시간제 하에서도 법적 한도를 넘어서는 초과 근로에 시달리는 이른바 이들 수백만 'MZ세대'에게 최장 69시간제 공식 도입은 거대한 분노의 촉발제로 작용했다고 WP는 지적했다.
실제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나흘 뒤인 지난 10일 갤럽 조사에서 20~30대의 윤석열 대통령 업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각각 66%와 79%로 크게 뛰었다.
일주일 전인 지난 3일 같은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는 각각 57%와 62%였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에서 부정 평가 비율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했다.
현재 한국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천915시간으로 미국(1천791시간)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천716시간을 크게 웃돈다.
한때 장시간 노동의 대표국으로 꼽혔던 일본의 지난해 평균 노동시간은 1천607시간이다.
이정선 고려대 교수는 "일거리가 많으면 추가 고용을 해야 하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신규 고용은 임금을 비롯한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장시간 근로는 또 다른 사회적 난제인 저출산 문제와도 연결된다.
레이 쿠퍼 시드니대 교수는 "장시간 노동은 일과 육아의 충돌로 이어져 저출산과 직결된다"면서 "한국은 노동시간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는 자랑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근로시간 개편에 따른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섰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논란이 일고 있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보다 많은 50시간 중후반대로 늘리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