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 원? 우리는 7,000만 원까지 줍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요. 서로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홍보 중인 상황, 최근 보험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새해 들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보험사들이 너도나도 보장성보험을 많이 팔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등 저축성이 아닌 보장성 상품을 많이 팔아야 보험사 재무건전성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 새해 종신보험 신상품이 쏟아지는 이유 [슬기로운 금융생활]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215/0001079528?cid=1088077) 보장성보험을 많이 판매하려면 말 그대로 보장이 '많이' 돼야 겠죠. 사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 잘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소비자는 반가운 보험사들의 보장 경쟁,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다뤄보겠습니다.
◆ 변호사선임비로 촉발된 운전자보험 경쟁
최근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 외에 옵션으로 가입하는 보험이 있죠, 바로 운전자보험입니다. 최근 보험사들은 운전자보험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요, 경쟁 포인트가 됐던 것이 '변호사선임비' 보장 담보입니다.
지난해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운전자 처벌이 강화되자 DB손해보험은 경찰조사단계부터 변호사선임비용을 지급하는 특약을 내놓습니다. 타인 사망이나 중대법규위반에 따른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약식기소나 불기소는 물론 경찰조사 단계에서도 변호사선임비를 최대 5,000만 원 보장하는 특약으로, 업계 최초 판매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도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을 탑재한 운전보험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DB손해보험의 경쟁사죠, 현대해상은 당초 2,000만 원 한도였던 변호사선임비 특약을 최대 7,000만 원까지 끌어올립니다. 이 때부터 보험사들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죠. 이에 DB손해보험도 해당 보장 한도를 7,000만 원까지 확대하며 맞불작전에 돌입합니다. 그러자 KB손해보험이 등장, 변호사선임비용 최대 가입 한도를 1억 원까지 확대해버립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고르는 맛'이 있을 수 있으나, 금융당국은 이를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봤습니다. 과도한 경쟁으로 제2의 실손보험 손해율 사태와 같이 보험사 역마진이 발생하거나 불필요한 보험 가입에 따른 소비자 피해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섭니다. 이에 금감원은 운전자보험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며 경쟁 자제를 권고했고, 한도를 1억 원까지 확대했던 KB손보가 이를 다시 7,000만 원으로 하향하면서 경쟁이 일단락됩니다.
◆ 어린이보험 가입, 30→35세까지 확대 운전자보험 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한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어린이보험입니다. 한국의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론 결국 어린이보험 가입자도 점점 줄겠죠,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운전자보험의 원조격으로 불리는 DB손해보험이 있다면, 어린이보험의 원조로 불리는 곳은 현대해상입니다. 현대해상 어린이보험은 업계 '최초, 최다, 최장' 판매 타이틀을 지닌 만큼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고, 실제 엄청난 판매량을 자랑합니다. 이미 지난 2021년 보유고객 1,000만 명을 돌파했죠.
그런데 KB손해보험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오은영 박사와 함께 만든 어린이보험을 출시해 이 시장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킵니다. 특히 성조숙증 진단과 치료, 언어와 행동발달 장애 등 최근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성장 관련 보장을 탑재하면서 본격적인 어린이보험 경쟁에 신호탄을 쏘게 되죠.
다양한 보장에 이어 최근에는 가입연령이 확대되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보험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가입 가능한 보험으로 알려져 있는데, 치열한 경쟁으로 지난 2018년 '30세까지' 가입이 가능한 '어른이보험'으로 진화합니다. 성인이 가입하는 건강보험에 비해, 같은 담보라도 어린이보험으로 가입할 경우 보험료가 낮다는 장점이 있어 사회초년생들에게 가성비보험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최근 일부 보험사들은 가입연령을 '35세까지' 확대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KB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은 어린이보험 가입연령을 35세까지 확대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라는 특장점을 내세웁니다. 일반 성인용 건강보험보다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장 역시 탄탄하기 때문에 가입자 입장에선 나쁠게 없겠죠. 현재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이 모두 어린이보험 시장에 뛰어든 만큼, 가입자 확보를 위한 보장·가입연령 확대 경쟁은 더 이어질 전망입니다.
◆ 전이암까지 보장하는 보험 등장 보험상품의 대표격인 암보험. 사실상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인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암보험도 계속해서 진화합니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업계 최초로 전이암진단비와 재발암·잔여암 담보를 내놨습니다. 일반적으로 암보험에서 진단비 담보는 최초 발생한 암에 한해 1회만 보장합니다. 전이암이나 재발암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 것이 원칙처럼 여겨져 왔죠.
그러나 메리츠가 이번에 출시한 전이암진단비 담보는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림프절 전이를 포함한 국소진행과 중증도가 높은 원격 전이까지 모든 단계의 전이암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재발암과 잔여암 진단비 담보를 통해 암이 발생하고 2년 후 동일한 암종으로 재발 또는 암세포가 남아있을 때 최초 1회에 한해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공백을 메웠습니다.
삼성생명은 한국인의 3대 질병으로 불리는 암과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주보험 하나로 10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원격전이암진단특약과 순환계질환항응고제치료보장, 혈전제거치료보장 등을 신설해 더욱 촘촘하게 보장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암보험의 보장 범위 역시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 슬기로운 TIP
보장이 확대된 보험, 무조건 가입하면 될까요? 보험 가입 전 항상 체크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바로 가입자의
'고지의무'와
'면책조항'입니다. 암보험 등 건강보험 가입 전에는 관련 질환으로 병원에 다녀온 이력이 있는지 가입자가 보험사에 꼭 고지해야 합니다. 현재 질환을 필요해 과거병력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가입할 경우 보험고지의무위반으로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험사가 보장을 해준다고 내세우는 담보들 외에, 어떤 경우 보장이 되지 않는 지 면책 항목도 체크해야 합니다. (가입 후 일정 기간 동안 보장이 되지 않는 면책기간도 체크 포인트인데, 최근 이 기간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보장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는 건 아닌지? 기본적으로 보장한도가 크면 클수록 보험료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너무나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고,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들을 각사별로 온라인 또는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보험료 비교를 할 수 있는 만큼 보험사들도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암보험을 비롯해 어린이보험 등 각종 보장성보험은 금융당국과 각 보험협회 주관으로 운영되는
'보험다모아'에서 개인별 정보를 입력해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온라인에서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올해 중 개설될 예정입니다. 비교채널이 많아질수록 보험사들은 더욱 치열한 상품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겠죠. 열심히 비교하고 비교해서 더 값싸고 더 탄탄하게 가입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