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른다". 당신만 모르는 주식투자의 불변의 법칙입니다. 사상 유례없는 복합위기의 시대, 성공 투자의 절대 공식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주식공부, <정경준의 주식어때>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위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
크게 놀라지 마십시오. 제 생각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그리고 유럽을 대표하는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설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SVB 파산으로 촉발된 국제 은행시스템에 대한 불안 심리가 이른바 은행위기, 더 나아가선 은행발 경기 악화 공포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사진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은행 비즈니스라는게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됐는지 참 안타깝습니다.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고요, 이번 SVB 사태를 보면서 뭔가 이상한 점, 눈치 채지 못하셨습니까? 눈치 채지 못하셨다면 다시 한번 이번 SVB 파산 사태의 경과를 간단히 상기시켜 드리겠습니다.
SVB의 주요 예금자는, 은행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벤처기업들입니다. 한창 돈 들어갈 때가 많은 그런 곳들이지요, 사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업을 한다해도 그 다음엔 넉넉한 '실탄'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스티브 잡스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온다해도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게 벤처업계라고 합니다.
한창 돈 들어갈 때가 많은데…. 그런데 지난해부터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돈의 가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한 마디로 돈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거죠. 그런데 올해 들어 '피벗'(통화정책 방향전환) 기대감이 나오면서 조그만 버티면 되겠거니 했는데, 웬걸요…추가 금리인상, 최종금리 6% 등등 이런 얘기들이 나옵니다. 상황이 더 어렵게 된 겁니다.
당장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고 임대료도 내야 하는데, 특히, 금리 인상 상황에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공개(IPO)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고요, 한마디로 '멘붕'이 된 겁니다. 당연히 은행에 맡겨둔 돈이라도 찾아야 겠죠. 자연스럽게 예금 인출 수요가 몰릴 수 밖에 없게 된 겁니다.
그렇다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코로나 팬데믹 동안 미 재정·통화당국은 온갖 명목으로 엄청난 돈을 시장에 쏟아 부었습니다.
이건 헬리곱터를 통해 돈을 뿌리는 수준을 넘어서 폭포수처럼 그냥 쏟아낸거죠. 이곳저곳에서 돈이 넘쳐납니다. 이러다보니 예금은 늘어나는데 대출 수요(굳이 은행을 찾지 않아도 주식이나 채권시장 등 직접금융을 통해 어렵지 않게 돈을 구할 수 있게 된 거죠. 물론 당시 주식시장도 좋았지요.)는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SVB는 예금으로 받은 돈의 대부분을 미 국채와 MBS(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합니다.
국채나 MBS 등 장기물 채권의 경우 기간프리미엄이 반영돼 금리도 높은데다가 미 국채 등은 안전자산으로 거의 리스크가 없다는 점에서 SVB 입장에서 더할나위 없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 셈이죠.
그러나 언제 빠져나갈 지도 모르는 예금(단기성 부채)을 받아서 장기물인 채권 등에 투자하면서 이른바 '장·단기 미스매칭(자산·부채 미스매칭)'이 발생했고 결국 이는 예금인출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다시 '신뢰'의 문제로 연결되면서 뱅크런의 도화선이 된 셈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예금 인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최고의 '안전자산'이라고 평가받던 국채를 내다팔았는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어려움은 더 가중됐습니다. 어차피 만기까지 갖고 있으면 이자수익을 챙기면서 절대 손해볼 일이 없었던 자산인데 말입니다.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말입니다.)
이게 이번 SVB 사태의 전부입니다.
한참을 돌아왔습니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갑니다. 이번 SVB 사태를 보면서 뭔가 이상한 점, 눈치 못 채셨습니까?
우선, 통상적으로 과거 금융위기 등을 보면, 주로 대출(은행입장에서는 자산)이 부실이 돼서 발생됩니다. 대출을 받은 기업이라든지 개인이라든지 등이 어떤 이유로 대출(빚)을 갚지 못하게 되고 이것이 은행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게 되면서 위기가 발생하는 구조였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라든지 당국의 감독부실 등의 문제로 확산되는 수순을 보였죠.
그런데, 이번 SVB 사태는 예금(은행입장에서는 부채)에서 발생했습니다. 대출 부실이 발생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게 아니라 부실자산이 없는데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거죠.
또, 이상한 점은, 우리가 소위 '안전자산'이라고 말하는(일부에서는 '완전자산'이라고까지 표현들 하던데요) 미 국채에서 투자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SVB가 투자한 미 국채는 어차피 만기까지 갖고 있으면 이자수익을 챙기면서 절대 손해볼 일이 없는 자산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하시겠죠? 말씀드리고 싶은 요지는 이런 겁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위기의 양상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최근의 위기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그야말로 대응의 영역이 돼 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과거와는 달리, 이번 SVB 사태의 경우 금융당국의 신속하고 일사분란한 대응으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초기에 제압했다는 점에서는 위안이 되지만,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당장, 현지시각으로 오는 21일과 22일에 미 연준의 통화정책회의, FOMC가 예정돼 있습니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금리동결, 일부는 금리인하까지도 베팅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휘둘릴 연준이 아니라는 것쯤은 다들 알고 계실테지만 '전력'(?)이 있어서 '혹시나' 하실 것도 같습니다. 연준은 이미 한 차례 인플레이션을 오판하면서 적기 대응에 실패한 우를 범한 적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번 SVB 사태도 일종의 긴축 파열음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연준의 판단실수가 불러온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긴축 파열음은 우리가 모르는 이곳저곳에서 계속 터져 나올 공산이 큽니다.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는 시점인 듯 해보입니다. 그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감내했던 고통과 인내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입니다.
그간 천장이라도 뚫을 기세였던 시장금리가 최근 SVB 파산 사태로 급격한 조정을 받았습니다.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그토록 원하던 시장금리 하락이었는데 국내·외 증시는 크게 꼬꾸라졌습니다.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연준의 통제력에 대해 시장의 의문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성공투자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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