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을 '뒷북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파월 의장이 이번에는 은행 감독도 실패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 쓸 처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연준 이사로 일하면서 규제 설정 작업을 맡았던 대니얼 타룰로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감독 실패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2018년 공화당이 주도한 중소 금융기관 규제 완화 법안에 연준이 전적으로 동의했는데 이에 미국 의원들과 시장 애널리스트들이 SVB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SVB 사태와 관련해 앞장서 연준을 비판했다.
워런 의원은 전날 성명에서 "SVB와 같은 대형은행이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수익을 높이는 것을 허용한 파월(의장)의 조치는 이 같은 은행 실패에 직접 적으로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준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그동안 연준을 자주 비판해온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에런 클라인 선임연구원을 포함해 일부 인사들은 연준이 감독하는 수백개 은행 가운데 한 곳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파월 의장이 알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변호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SVB을 직접 감독하는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파월 의장과 연준은 2021년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대유행에도 경제를 잘 이끌고 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물가 급등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거듭 주장하다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자 급작스럽게 198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인 통화긴축 정책으로 전환했다.
연준의 초고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SVB가 보유한 매우 안전한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신용경색으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예금 인출이 일어난 결과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연준이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손실 가능 금액 측정)를 미국 대형 은행들의 건전성과 회복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감독 방법으로 내세워 왔지만, 지난 10년간 SVB 파산과 유사한 시나리오에 대한 테스트를 한 적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3년과 2015년을 제외하면 연준은 물가 하락과 단기 금리가 급락하는 경기후퇴 상황만 가정한 시나리오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따라서 급속한 금리 상승으로 SVB처럼 은행 보유 자산의 가치가 잠식되는 상황에 대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캐피털 알파 파트너스의 이안 카츠 금융정책 애널리스트는 SVB 사태에 파월 의장의 책임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그 은행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만큼 금융 감독당국이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