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이 사망한 영월 추락 헬기는 해당 항공업체와 한국전력 하청업체의 구두계약에 따라 산불 진화 임무에서 빠져 송전탑 공사 자재 운반에 일시적으로 투입됐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경찰, 해당 항공업체, 한전 원주전력지사 등에 따르면 AS350B2 기종의 사고 헬기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영월군 북면 공기리 일대 '송전탑 추락 방지 안전장치 설치 공사'의 자재(화물) 운반에 투입됐다.
이는 해당 항공업체와 한전 하청업체 간의 구두계약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 하청업체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1월까지 홍천·횡성·영월 일대의 송전탑 500여기에 추락 방지 안전장치 설치 공사 용역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항공업체와는 자재 운반을 위해 헬기 1대를 투입하기로 구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항공업체에는 올해 초 도입해 감항 검사를 마친 4천L(리터)급 대형헬기 1대를 보유한 상태였다.
조사 당국은 송전탑 공사에 소형헬기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사고 헬기를 산불 진화용에서 자재 운반용으로 임무를 변경하고, 대신 대형헬기는 강원도와의 임차계약에 따라 산불 진화용 헬기로 대체 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산불 진화용으로 강원도와 임차계약을 맺은 사고 헬기는 지난 1월 10일부터 봄철 산불 관련 임무 중이었다. 담수 용량 910L급 소형 헬기로 1995년 제작돼 기령(비행기 사용 연수)은 28년이다.
사고로 숨진 기장 A씨는 강원지역에서만 20년 가까이 비행한 베테랑으로서 2018년 강원도가 전국 최초로 야간 산불 진화 헬기를 시범 운영할 때 기장을 맡기도 했다.
사고 헬기는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6시 56분께 서울지방항공청 김포공항 항공정보실에 '1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춘천·홍천·인제 순찰 관리'를 목적으로 한 비행계획서를 냈다.
그러나 실제 비행은 보고 내용과는 달리 오전 7시 30분께 홍천군 두촌면 가리산 휴양림 인근 계류장을 이륙해 영월 북면 공기리 인근에서 송전탑 공사 자재 운반 비행하다가 사고로 이어졌다.
조사 당국은 구두 계약에 따라 송전탑 자재 운반 작업에 일시적으로 투입되다 보니 비행계획서와 달리 비행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항공업체 관계자는 "송전탑 자재 운반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다 보니 잠깐의 여유 시간을 이용해 구두상 계약을 맺고 투입한 것"이라며 "헬기 임차와 관련한 행정 절차에는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자재 운반 작업을 많이 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작업이 마무리되면 다시 본연의 산불 임무에 투입할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사고로 숨진 기장 A(65)씨와 화물 운반 업체 관계자 B(51)씨를 부검한 결과 '추락에 의한 다발성 손상'이라는 소견을 통보받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