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와 축산물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2월 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에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가공식품도 10%넘게 크게 올랐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4.8%) 이후 10개월 만이다.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7월 6.3%를 정점으로 8월(5.7%) 이후 올해 1월(5.2%)까지 5%대를 유지해왔다.
2월 물가 둔화는 석유류와 축산물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공업제품 중 석유류는 1.1% 하락했는데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건 2021년 2월(-6.3%) 이후 2년만이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1.1% 올랐지만 축산물은 2.0% 하락했다. 축산물 상승률이 1년 전보다 떨어진 것은 2019년 9월(-0.7%)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2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이번달에 대형마트에서 대규모 세일 행사 등으로 축산물 가격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은 10.4% 올라 전달(10.3%)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이는 2009년 4월(11.1%) 이후 최고치다. 빵(17.7%), 스낵 과자(14.2%), 커피(15.6%)가 많이 올랐다.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5.7%로 전월(5.9%)보다 둔화하는 흐름이 지속됐다.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이지만,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전기·가스·수도는 28.4% 올라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기료가 29.5%, 도시가스료가 36.2%, 지역 난방비가 34.0% 각각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는 전월에도 28.3%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는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상수도 요금을 올리면서 2월에는 전월보다 상승률이 0.1%포인트 더 올랐다.
김 심의관은 "1월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이 28.3%였는데 이번달에 0.1%p 소폭 상승했다"며 "일부 지자체의 수도요금이 오르면서 소폭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전달(5.0%)보다는 상승 폭이 낮아졌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0%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114개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5.5% 올랐다.
김 심의관은 향후 4%대 물가가 유지될 지에 대해서는 "소비가 조금 주춤한 모습들이 보이는 것이 하락요인이 됐다"며 "다만 중국 경제활동의 재개로 국제유가라든지 국제원자재가격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잠시 주춤하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라며 "부문별로 불안 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주요 먹거리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