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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카톡 싫어요"...정부도 외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전민정의 출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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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후에도 카톡 지옥…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사라졌다

"카톡카톡"

퇴근 후에도 업무상 울리는 카톡에서 해방되고 싶은 분들 많을 겁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모든 정보가 촘촘하게 연결된 초연결사회에 살면서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진 탓이죠.

특히 코로나 펜데믹으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업무지시가 보편화되자 퇴근 후에도 근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을 겁니다.

실제 지난해 5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10명 중 8명 이상이 근무시간 외 메신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요.

앞서 2021년에 발간된 경기연구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지켜져야 할 소중한 권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7.8%가 퇴근 후 업무 지시에 시달렸다고 답했습니다.



● 정부도 '연결되지 않을 권리' 제도화 착수

'퇴근 후' 이어지는 업무지시의 부작용을 정부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대국민 토론회서 업무를 마친 근로자가 직장에서 오는 이메일, 전화 등과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업무시간 외에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근무시간 이후에 보낸 업무 관련 연락에 대응하지 않아도 직업적 의무 위반이 아님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 업무와 사생활의 영역을 구분하자는 겁니다.

특히 이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정부는 주52시간제가 경직됐다고 판단하고 연장근로시간을 최대 연 단위로 유연하게 사용하는 총량 관리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이럴 경우 출퇴근 사이 11시간 휴식 의무를 지켜야 해 산술적으로 주당 69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이러한 연장근로 총량관리가 도입될 경우 노동계 등에선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규정 등이 있음에도 근로자 건강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는데요.

장시간 근로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과학적이고 투명한 근로시간 기록과 관리가 중요해졌고, 이와 함께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 근로시간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겁니다.

법적인 근거도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50조에 따르면 일하지 않더라도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에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계약 등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 있어 퇴근후에도 자료 송부 등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어 시간외 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는 얘기죠.

● 프랑스 등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으로 명시…노사 협의 '전제'

해외에서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필리핀, 포르투갈 등에서 노동법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프랑스에선 노동법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세계 최초로 법제화돼 2017년부터 시행 중입니다. 근로자의 연결차단권 행사 방법과 기업의 전자기기 사용을 규율하는 제도를 노사 단체교섭 항목으로 명시하는 방법으로 말이죠.

50인 이상의 기업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관한 노사 협의 내용을 의무 연례 협상에 포함하도록 규정돼 있어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3,750유로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경우는 하원법에 징계 없이 근무시간 이후에 업무와 단절할 권리가 있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근무시간 이후에 보낸 업무 관련 연락을 무시하는 경우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고, 고용주는 노동자가 업무와 관련한 이메일, 문자, 전화에 응답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포르투갈 역시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근무시간이 아닌 직원에게 전화, 문자, 이메일로 연락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요.

10인 이상 사업장에 한해 위반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직원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해 재택근무 직원에 대한 모니터링은 금지됩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하고 연구용역을 통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 제도화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 '퇴근 후 업무지시 금지' 일괄 규제는 비현실적…포괄임금제 오용 우려도

국내에서도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법제화는 이미 국회에서 시도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9월이죠. 직장인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만한 법안이 하나 발의됐는데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근로시간 외 카톡 등의 통신 수단을 이용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 주인공이었죠.

개정안은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반복적·지속적으로 한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현실성에 대한 논란 때문입니다.

일단 환자의 생명이 걸려있는 의사처럼 퇴근 후 연락이 불가피한 직종에 대한 예외사항이 이 법에는 규정돼 있지 않죠. 특히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의 횟수나 기간 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2016년에도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사용자는 근로 시간 외 전화, SNS 등 통신 수단을 이용해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다'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실적 집행 가능성이 낮다'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지적을 받아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업계에선 정부가 연결차단권을 법제화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목소리도 제기되는데요. 정해진 시일 내 업무량을 소화해야 하는 제조업이나 연구개발직, 또한 해외 업무를 담당하는 직군 등에는 법을 적용하기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또 근로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우리나라에서 '연결차단권'이 법으로 보장되더라도 사업주가 '포괄임금제'을 악용해 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자조섞인 우려'도 나옵니다.

포괄임금제란 일하는 형태나 업무 특성상 추가 근무 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노사 당사자 사이의 약정으로 실제 근무한 시간과 관계없이 매달 연장·야간·휴일근로 시간 등을 정해두고 이에 상응하는 고정 수당을 주는 임금 지급 계약 방식을 말하는데요. 이른바 '공짜 야근'을 불러오는 불합리한 관행이죠.

일부 중소기업 근로자나 IT 관련 종사자들은 포괄임금제라는 명목 하에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에 대한 수당 역시 제대로 챙기지 못할 것이라며 별 기대조차 하지 않은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이탈리아 사례와 같이 퇴근 후 업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상원법에 아예 업무 시간 외 업무를 '일 총량'에 포함시켰는데요. 이때 일 총량에 정보통신기기 등을 활용해 회사 밖에서 수행되는 업무를 넣어 이때 일한 만큼의 보상을 해주고, 또 휴식을 위해선 정보통신기기로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겁니다.

이와 함께 일률적으로 퇴근 후 업무 연락을 금지하는 규제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발휘해 사업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방식으로 제도화하는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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