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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지원법, 투자금 260조 몰려... 기업에 득될까 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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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지원되는 보조금 신청이 곧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이 법의 목표대로 미국이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시설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자료를 인용해 이미 발표된 미국 현지생산 관련 신규 투자 프로젝트만 40여 개, 관련 투자계획 금액이 2천억 달러(약 259조원) 가까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인 인텔과 마이크론,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모두 생산 능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는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약 52조원), 한국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173억 달러(22조4천억원)를 각각 투자해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지난해 8월 통과된 반도체법은 자체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목표로 527억 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고 이 법의 지원을 받은 기업의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을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를 발명한 미국은 현재 전 세계 반도체 공급량의 약 10%만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1990년의 37%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한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23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직접 나서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 계획을 공개하고 다음 주에는 기업들의 보조금 신청 방식을 상세하게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법 보조금을 놓고 미국 각 주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애리조나주가 텍사스, 뉴욕, 오하이오 등과의 보조금 쟁탈전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고 진단했다.

애리조나주에서는 1940년대부터 반도체가 생산됐으며 현재 반도체 관련 기업 115개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 TSMC가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두 곳을 짓는다고 발표하고 인텔도 공장 두 곳을 애리조나에 추가 건설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투자 유치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애리조나주 정부는 세제 혜택과 인프라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기업을 유치했고 주 정부와 기업들은 연방정부를 상대로 관련 로비에도 나섰다.

러몬도 장관은 이 같은 과정을 주들 사이의 경쟁이라고 묘사하며 "모든 주지사, 모든 주 의회, 모든 주 공립대학 총장들은 함께 공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애리조나주 정부의 기업 대상 세제 혜택에 반대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들은 이 같은 조치가 공립학교에 대한 자금 지원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애리조나주 정부는 계속 반도체 공장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법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분배되는 보조금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닌지, 미국이 새 반도체 공장을 짓고 운영할 만큼 숙련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한다.

반도체 업계 경영진은 보조금이 너무 많은 기업에 조금씩 분배돼 미국 내에서 생산 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데 드는 높은 비용과 한국·대만·중국 등지의 낮은 반도체 생산 비용 사이의 차이를 보조금으로 메꾸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법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을 1%도 안 되게 올리는 효과가 있을 뿐이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은 대만보다 비용이 44% 더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TSMC가 미 애리조나 공장에 4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회사 내부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고 NYT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TSMC는 애리조나 공장을 건설해 2026년부터 최첨단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서는 비용은 비싸고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애리조나 공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해졌다.

많은 직원은 이런 계획이 TSMC가 오랫동안 경쟁자를 압도하는 데 도움을 줬던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TSMC는 2020년 5월 애리조나 공장 건설을 발표하면서 120억 달러(약 15조5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이를 400억 달러로 늘렸다.

또 이후 같은 부지에 두 번째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TSMC는 이 건설 계획에 대해 대만에 공장을 짓는 것보다 비용이 4배 더 들 수 있다고 밝혔다.

니나 가오 TSMC 대변인은 "대만의 팹과 해외 팹 사이에 비용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회사가 장기적으로는 탄탄한 매출총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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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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