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강 체제를 유지해온 조선업계가 올해 양강 구도로 재편될 전망입니다.
선박의 심장이라 불리는 엔진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엔진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인데요.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최근 한화가 대우조선에 이어 선박엔진 회사를 인수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가 최근 선박엔진 회사인 HSD엔진까지 인수한다고 나섰습니다.
HSD엔진은 글로벌 선박엔진 점유율 2위 기업이고 중대형 선박엔진이 주력입니다. 한화그룹은 투자 전문 회사인 한화임팩트를 통해 오는 4월 본계약을 체결한 뒤 3분기 내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HSD엔진까지 인수하게 되면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조선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됩니다.
이로써 한화는 HD현대와의 경쟁 구도로 주목 받았던 STX중공업 인수전에서는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STX중공업도 역시 글로벌 선박엔진 점유율 3위 기업이긴 하지만 중소형 엔진에 특화된 곳입니다.
따라서 대형 선박 건조가 주력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 입장에서는 STX중공업보다는 HSD엔진과의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요.
한화가 발을 빼면서 STX중공업은 HD현대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HD현대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STX중공업 본입찰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밝혔고요.
STX중공업과 패키지로 매각될 가능성이 있는 선박엔진 부품업체 캐스코에 대한 실사 작업도 최근 돌입했습니다.
인수가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조선업에 출사표를 던진 한화, 현재 조선업계 1위 HD현대 두 공룡이 모두 엔진 회사 한 곳씩을 갖게 되는 셈입니다.
<앵커>
그런데 HD현대는 엔진 사업부를 가지고 있지 않나요?
굳이 STX중공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HD현대는 자체 엔진기계사업부를 통해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삽니다.
아까 선박엔진 2위 기업이 HSD엔진, 3위가 STX중공업이라고 말씀드렸죠. 1위가 바로 HD현대의 엔진기계사업부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HD현대는 전세계 선박 부문 1위 기업인 한국조선해양과 선박엔진 점유율 1위인 엔진사업부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독보적인 회사가 굳이 STX중공업을 인수하려고 하느냐.
선박시장에서 엔진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쉽게 말해 케파를 늘린다는 소리죠.
이미 중대형 엔진 생산 능력은 갖추고 있고, 중소형 엔진까지 다양하게 생산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겁니다.
<앵커>
엔진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기자>
국내 조선사들은 두 가지 악재에 직면해 있습니다.
첫번째는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수주 공세고요. 두번째는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70%까지 줄여야 하는 환경 규제입니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 가치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선박을 움직이는 심장이 바로 엔진이라는 겁니다.
엔진이 먼저 완성되지 않으면 선박 건조 자체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선박 원가의 10% 정도를 차지하고요.
선박을 인도할 때가 돼서야 대금을 받는 경우가 많은 조선사들이 자체적으로 엔진회사나 사업부를 가지고 있다면 매출도 비교적 초기에 반영할 수 있고, 선박 건조 일정도 유연하게 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욱이 친환경 선박에 들어가는 이중연료(DF)엔진은 기존 엔진보다 단가가 20~30% 높고 따라서 이익률도 3~5% 높습니다.
글로벌 엔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국내 선박엔진 업체들이 자연히 이중연료 엔진도 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사들 입장에선 인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앵커>
결국 엔진을 잡아야 조선업을 접수한다는 말이 되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선박엔진 회사 인수합병을 계기로 HD현대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강을 지속해온 국내 조선업계 판도가 HD현대와 한화에 인수된 대우조선해양 2강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우선 당분간은 1위 HD현대가 독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선박 건조 부문에서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매출 목표를 조선3사 중 가장 많은 22조원으로 잡았고요.
HD현대의 엔진사업부 역시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된 부분은 자체 엔진모델(힘센 엔진)을 보유한데다, 주단조품을 비롯한 핵심 기자재까지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특징은 HD현대가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확보한 경쟁력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경쟁사들이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그리고 2위 자리를 대우조선해양이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간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1위는 당연히 한국조선해양이었고 2위가 삼성중공업, 3위가 대우조선해양이었는데요.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매출 목표를 10조원으로 삼성중공업보다 높게 잡았습니다.
한화에 인수되고 그동안 없었던 엔진 밸류체인도 갖추게 되면서 기업 가치 재평가 요인이 발생했단 분석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매출 목표를 8조원 대로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데다 자체 엔진사업부도 없는 만큼 3위로 내려설 가능성이 크고,
엔진 생산 능력을 갖춘 두 회사와 삼성중공업 간 격차는 앞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역으로 삼성중공업의 선택도 관전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국내 3위로 내려앉더라도 우리 조선사들의 글로벌 입지를 감안하면 세계 3위나 다름 없는 거잖아요?
이런 곳이 배를 만들려면 어쨌든 엔진을 다른 회사에 맡겨야 할 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HSD엔진의 매출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중국 조선사들이 거의 균등하게 차지해 왔다는 점만 봐도 삼성중공업의 선택이 중요하다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HSD엔진은 이제 대우조선해양과 한솥밥을 먹게 됐죠.
삼성중공업이 과연 그동안 해왔던 대로 HSD엔진에게 발주를 줄지, 아니면 새롭게 HD현대 엔진사업부에 줄지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이 HD현대의 독주를 막는 시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국 조선사들의 움직임도 눈 여겨 봐야 합니다.
친환경 선박이야 우리 업체들이 꽉 잡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전통 선박 시장을 포기할 순 없고, 중국의 선박 엔진 기술은 우리나라에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선박시장 큰 손인 중국 조선사들이 지금까지는 일부러 HD현대에 엔진 생산을 맡기지 않았는데,
HD현대 못지 않은 큰 회사인 한화에 인수된 HSD엔진에 그대로 물량을 밀어줄 거라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정리하면 올해가 조선업계 양강 구도 재편 원년이고, 삼성중공업과 중국 조선사들의 선택에 따라 향후 업계 1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