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대백화점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뒤늦게 주주환원책을 내놨지만,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문제가 부각되며 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인데요.
현대백화점은 그간 추진해왔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중단한다는 방침입니다.
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전환 계획이 좌초됐습니다.
오늘 열린 임시주총에서 지주사 전환에 찬성표를 던진 주식 비율은 64.9%, 정지선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자 지분이 36% 수준인 걸 감안할 때 나머지 절반이상의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짐 셈입니다.
지난해 9월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을 지주사(홀딩스)와 사업사(백화점)로 쪼개고, 한무쇼핑은 지주사에 편입시키고, 지누스와 면세점은 사업사에 남는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같은 계획이 발표되자 주주들은 알짜로 꼽히던 한무쇼핑을 지주사에 넘겨주는 부분을 문제삼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특히 자사주로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노렸단 점이 소액주주의 불만을 들끓게 했습니다.
자사주의 마법이란 인적분할 과정에서 기존회사의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해 결과적으로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현대백화점도 자사주 6.6%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자사주에도 현대백화점홀딩스에 대한 지분이 배정됩니다.
기존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뒤에 자사주에 배정되는 지분은 의결권이 있어 정 회장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지주사 지배력을 강화(36.08%→42.69%)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현대백화점은 임시주총 전에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히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분할 이후에 소각이 이뤄져 최대주주 지분율 확대라는 목표는 달성하게 됩니다.
[김준석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배력을 강화한 다음에 (자사주를) 소각하든 배당을 하든 그거는 별개의 문제인거죠. 핵심은 자기 돈이 아닌 주주 전체의 돈을 가지고 자기 지배력을 강화한 게 문제인거죠,]
실제 지난 22년간 상장기업 92곳이 지주회사를 앞세운 인적분할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지배주주의 신설회사 지분율(34%→45%)이 평균 10%p 이상 높아졌습니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번 임시 주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재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