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에 섭씨 영하 50도가 넘는 기록적인 한파가 닥치면서 혹한의 원인으로 지목된 `극소용돌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북극에서 내려온 차갑고 건조한 대기가 미 대륙까지 내려오면서 전날 체감기온이 시카고 영하 53도, 테네시주 멤피스 영하 54도 등으로 급강하했다.
이번 한파는 눈보라를 동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크리스마스에 신년까지 이어지는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편 결항이 잇따르는 등 여행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이 같은 강력한 한파가 닥친 이유는 북극 주변을 맴도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소용돌이`가 미 대륙으로 남하했기 때문이다.
북극 극소용돌이는 북극에 햇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는 겨울철에 가장 강해지고 차가워진다.
극소용돌이는 정상적인 조건에서 대류권 상층부에서 부는 강한 편서풍인 제트기류에 갇혀 남하하지 못하고 북극 주변에 머문다.
그러나 제트기류가 약화해 아래로 늘어지면, 제트기류를 따라 극소용돌이가 함께 경로를 이탈해 남하하면서 미 대륙 등에 혹한이 닥치는 것이다.
이처럼 북극에 있어야 할 극소용돌이의 이동이 가속화할 경우 극소용돌이의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지역에서는 수 시간 안에 기온이 수십 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극소용돌이가 제자리로 돌아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이어져 최대 수 주 동안 계속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과학계에서 일치된 의견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
미 위스콘신대 기후과학자 스티브 바브러스 박사는 "분명한 답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브러스 박사는 매사추세츠 우드웰 기후 연구 센터 연구원 제니퍼 프랜시스와 함께 2012년에 북극의 온난화가 극소용돌이의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제시했지만 "불행히도 여전히 상황은 모호하다"고 밝혔다.
북극 온난화 때문에 제트기류가 약해졌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렉싱턴의 대기환경연구소에서 기후과학을 연구하는 유다 코언 박사는 작년에 텍사스에 닥친 한파를 북극의 온난화와 연결한 논문을 올해 발표했다.
코언 박사는 논문에서 따뜻한 환경에서 크고 강한 대기파가 형성된다며 북극의 온난화로 인해 제트기류의 파동이 일반적인 조건에서보다 더 큰 폭으로 물결치게 됐고, 이것이 극소용돌이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북극의 온난화와 제트기류 사이에 상관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과학자들도 있다.
영국 엑서터 대학의 연구원들은 2020년 네이처 기후변화 저널에 실은 논문에서 1990∼2000년대에 관측된 차가운 극단과 제트기류 파형 등 기후 관련 측정값의 단기 추세가 지난 10년간 일관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북극의 기온 상승이 제트기류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약화하는 근거로 볼 수 있다.
영국 레딩 대학의 기후 과학자 테드 셰퍼드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제트기류와 극소용돌이를 교란하는 북극 기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또 다른 가설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