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 위원의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통화긴축 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기준금리 결정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내년 FOMC 위원 연례 순환 교체 제도에 따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가 FOMC에서 빠지게 된다. 이들은 모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선호하는 매파로 분류된다.
중도파로 여겨지는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내년에 FOMC 투표권을 잃는다.
FOMC 위원은 총 12명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 연준 이사 7명과 뉴욕 연은 총재 등 8명은 고정으로 참여한다.
나머지 4명은 뉴욕을 제외한 11개 지역 연은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연은 총재 1명씩 1년마다 교대로 위원직을 맡는 방식이다.
내년에 빠지는 이들 4명 대신 FOMC 투표권을 얻을 위원은 비둘기파로 추정되는 오스탄 굴스비 신임 시카고 연은 총재, 중도파로 보이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와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강경 매파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이다.
매파 3명·중도파 1명이 나간 자리를 비둘기파 1명·중도파 2명·매파 1명이 메우기 때문에 매파는 2명이 줄고 비둘기파와 중도파는 1명씩 늘어나는 셈이다.
FOMC 구성이 이처럼 변하게 되면 내년 8차례 FOMC 정례회의에서 완전 고용을 중시하는 비둘기파의 비중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둘기파 위원이 늘어도 현재 연준 내 비둘기파와 매파 간에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한 정책적 견해에는 차이가 별로 없어서 초기에는 그 영향을 바로 알기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파월 의장이 수십 년 만에 가장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별다른 반대 없이 이끈데다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 달 임명된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측 인사다. 그는 아직 통화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바 없지만, 지난 10월 블룸버그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내 생각에는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로 약 5%가 적당하다"고 말한 바 있다.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역시 통화정책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지난 11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지난달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얼마간 금리를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카시카리는 4명 중 가장 매파로,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지난 12∼16일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 6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실업률이 지난달 3.7%에서 2024년 초에는 4.9%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 중 38명이 앞으로 1년 동안 미국 경기후퇴가 발생할 가능성이 70%라고 답했다.
투자은행(IB) 파이퍼샌들러의 로베르토 페를리 글로벌 정책 리서치 책임자는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내년 실업률이 약 4% 이상으로 상승한다면 비둘기파 쪽에서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반대 의견이 빨리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연준은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4.25∼4.50%로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