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서울시립대에 대한 시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도입된 `반값등록금` 폐지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18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립대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달 16일 정례회 본회의에서 다음 회계연도 시립대 예산을 서울시가 제출한 577억원에서 100억원(17.3%) 감액한 477억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기준 시립대의 전체 예산 1천403억원 중 시 지원금은 875억원(추경예산 31억원 포함)으로 약 62%를 차지한다. 시의회를 통과한 예산대로라면 시립대에 대한 내년 시 지원금 규모는 400억원 가까이 줄어 거의 `반 토막`이 된다.
전례 없는 운영 예산 삭감은 주도권이 12년 만에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시의회 차원에서 박 전 시장 시절 도입된 반값등록금 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압박성`으로 해석된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측은 반값등록금을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반값등록금으로 줄어든 등록금 차액을 서울시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충당하면서 시립대 차원에서 자체 수입을 늘리기 위한 자구 노력이 사라지고 대학 운영은 방만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주장이다.
2012년 반값등록금 도입과 함께 원래 학기당 200만∼300만원 선이던 시립대 등록금은 그해 1학기부터 인문사회계열 102만2천원, 공학계열 135만500원, 음악계열 161만500원 등으로 줄었고 올해까지 11년째 동결됐다.
등록금 수입은 제자리인 상황에서 각종 비용이 늘면서 시 지원금은 2012년 487억원에서 올해 875억원으로 1.8배가 됐다. 지난 11년간 시로부터 연평균 580억원씩 총 6천370억원의 세금이 지원됐다.
시립대는 감액에 맞춰 시 지원금을 재조정하기 위한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회 요구대로 당장 반값등록금을 없애기는 법·제도상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최근 3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며 이를 초과하면 국가장학금 지원 배제, 입학정원 감축과 같은 제재가 가해진다. 특히 대학의 노력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지급되는 국가장학금 2유형은 등록금 인상 시 신청 자격이 박탈된다.
서 총장은 이달 7일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현행 고등교육법상 등록금 인상 시 정원 감축이나 정부 재정지원 중단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등록금 인상에 따른 수입 증대 효과에 견줘 국가장학금 2유형 등 정부 지원을 포기해야 하는 터라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왕정순 서울시의원도 "정부의 관련 법령과 지침 개정 없이는 실질적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학자금 대출과 주거비 인상 등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반값등록금 폐지 논란은 혼란과 부담만 가중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