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들 다 입주했어요? 책상들 다 마련하고? 잘 좀 부탁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틀째인 지난 5월 11일 오전 8시35분.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 중앙 현관에서 기자들과 약 2분간 첫 도어스테핑, 약식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용산시대를 선언하며 강조했던 큰 변화 중 하나가 대통령과 취재진 사이의 `출근길 소통`입니다.
기존 청와대에선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이 각각 다른 건물에 위치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역대 정권이 보여주지 못한 모습에 `신선하다`는 긍정 평가와 함께 민감한 현안을 두고 메시지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며 정례화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했습니다.
● 尹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중단
대통령실은 오늘(21일) 오전 언론에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도어스테핑이) 오히려 국민과의 소통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며 "근본적인 검토를 통해 국민과 더 나은 소통을 하기 위해 부득이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누구보다 도어스테핑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며 "도어스테핑을 정착시키고 전통으로 만들려 한 것은 스스로 질문받고 견제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통령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나 (특정 기자가)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러운 일로 (도어스테핑)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때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가 도어스테핑 중단의 직접적인 이유임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MBC 기자가 윤 대통령에게 공세적인 질문을 던진 뒤 대통령실 참모와 설전을 벌인 바 있습니다.
김영태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은 이에 도의적 책임을 표명하고 오늘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대통령실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엄중하게 보는지 보여줍니다.
● "재발 방지 대책 마련시 재개 검토"
앞으로 도어스테핑을 재개할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불투명합니다.
`도어스테핑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부대변인은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그때 재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특정한 것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달 18일까지 모두 61차례에 걸쳐 도어스테핑을 이어왔습니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코로나19 재확산 당시 도어스테핑 중단을 발표했다 하루 만에 재개한 일이나 최근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국가애도기간 중 도어스테핑을 멈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서는 MBC 기자에 대한 징계나 도어스테핑에 참여하는 취재진의 제한 등을 후속 조치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제 대통령실은 MBC 기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대해 출입 기자단의 의견을 구했습니다.
이에 기자단은 "전적으로 대통령실과 해당 언론사가 풀어야 할 문제"라며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언론과 대통령실의 대결 구도가 이어지면서 이번 사안과 무관한 다수 언론이 취재를 제한 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