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 전역이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해커의 공격을 받아 약 2주째 마비 상태라고 BBC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바누아투의 정부, 학교, 병원 등 주요 시설의 인터넷망 접속은 이날 기준 11일 넘게 제한되고 있다.
바누아투 의회와 총리실, 경찰 웹사이트는 가동되지 않으며 도메인이나 이메일에 바누아투 정부를 상징하는 `gov.vu`가 포함된 경우에도 관련 기능이 제한되고 있다.
공무원은 세금 처리, 면허증 및 비자 발급, 각종 청구서 발행 등 기본적 업무를 처리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고 학교와 병원에서도 이메일, 인트라넷,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등 각종 시스템이 먹통이 돼 애를 먹고 있다.
정부 등 각 기관 직원은 급한 대로 개인 이메일이나 핫스폿을 이용하고 있으며 전자 결제 대신 수표를 사용하고 전달 사항이 있는 경우 해당 부서까지 직접 찾아가 메모를 건네는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공무원을 인용, 바누아투 정부의 인터넷 서버가 이달 4일부터 마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당시 정부 기관에 보낸 이메일이 반송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공격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으나 바누아투 정부 대변인은 앞서 해킹이 외부에서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격이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바누아투는 오래전부터 인도네시아령 서파푸아의 독립을 지지해왔는데 이에 앙심을 품고 자행된 해킹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BBC는 또 바누아투가 중국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공격이 서방에서 가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시사했다.
최근 태평양 도서국에서는 이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둔 미국, 호주 등 서방과 중국 간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인터넷은 특히 해당 경쟁의 주요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데, 일례로 호주 정부는 지난해 자국의 통신 기업 `텔스트라`(Telstra)가 다국적 기업인 `디지셀 퍼시픽`(Digicel Pacific)을 인수하는 것을 지원한 바 있다.
BBC는 호주의 해당 결정은 앞서 디지셀 퍼시픽이 자사 일부를 중국 최대 통신 기업인 `차이나 모바일`(China Mobile)에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언론인이자 과거 바누아투 정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지니 스테인은 BBC에 "해킹을 감당할 자원을 갖추지 못한 작은 섬나라에 이 같은 공격을 가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