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가계의 명목소득이 늘었지만, 실질 소득은 고물가 영향으로 5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가계 이자부담까지 크게 늘면서 가계 흑자액도 쪼그라들어 4가구 중 1가구는 적자 살림이었다.
◇ 고물가에 실질소득 2.8%↓…5분기만에 감소 전환 =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22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6만9천원으로 1년 전보다 3.0% 늘었다.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하지만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 소득은 2.8% 줄었다. 지난해 2분기(-3.1) 이후 5개 분기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세부적으로 보면 근로소득이 취업자 수 증가세와 임금 상승에 힘입어 명목 기준 311만4천원으로 5.4%나 늘었다.
다만 실질 기준으로 보면 근로소득은 0.4% 줄어 두 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자영업자 증가와 서비스업 개선 등의 영향으로 사업소득(12.0%)과 재산소득(28.7%)도 명목 기준으로 늘었다.
반면 이전소득은 18.8% 줄었다. 지난해 지급됐던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등의 정책 효과가 소멸하면서 공적이전소득이 26.1% 감소한 영향이 컸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70만2천원으로 1년 전보다 6.2% 증가했다.
그러나 실질 기준으로는 0.3% 늘어 3개 분기 연속 0%대 증가율에 머물렀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적으로 소비 늘릴 할 여유는 없었다는 의미다.
품목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명목 지출이 5.4% 줄었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12.4%나 줄었다.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가계가 먹거리 소비부터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풀이된다.
음식·숙박 소비 지출은 22.9% 늘었는데 이는 전 분기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오락·문화(27.9%)와 의류·신발(15.3%)도 역대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01만8천원으로 1년 전보다 6.6%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자비용이 19.9% 늘었다. 증가율로는 3분기 기준으로 2018년(28.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 이자부담 커지며 가계 흑자액 6.6%↓…가구 4곳 중 1곳은 `적자 살림` = 3분기 처분가능소득은 가구당 월평균 385만원으로 1년 전보다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구의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소비 지출과 저축 등으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을 뜻한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은 114만8천원으로 1년 전보다 6.6%나 줄었다. 가계 흑자액이 줄어든 것은 2021년 2분기(-13.7%) 이후 5개 분기만이다.
가계 흑자율 역시 29.8%로 1년 전보다 2.8%포인트 하락하면서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30%를 밑돌았다.
물가상승과 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소비지출이 늘고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까지 높아지면서 가계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진 것이다.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은 적자 가구도 전체 가구의 25.3%에 달했다. 4가구 중 1가구는 소득에서 세금과 공과금, 생활비 지출을 빼면 가계부가 `마이너스`였다는 의미다.
정부는 현 소득·분배상황을 비롯한 현재 우리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경기·민생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둔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물가·민생안정을 위해 마련된 기존 대책들을 조속히 시행해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가구의 가계 부담도 완화하겠다"며 "민간을 중심으로 시장소득·분배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주요 수출업종 경쟁력 강화 대책 순차적으로 마련하는 등 수출·투자 부문에서 민간경제 활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