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승리를 휩쓰는 이른바 `레드 웨이브(red wave)`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 밖의 선전을 보이며 월가의 분할 정부에 대한 기대를 꺾었다.
지난 8일 치러진 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12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은 초박빙의 접전 끝에 격전지인 네바다주(州)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100석 중 50석을 선점, 다수당의 지위를 지켰다. 전체 435석이 투표에 부쳐진 하원도 현재 공화당이 212석으로 204석인 민주당을 앞서고 있지만 19석이 남은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민주당이 의회에서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경우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서로 대립하여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려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노력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목표가 수요를 줄이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제 (민주당에 의해) 수요를 부추기는 정책들을 가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점에서 월가는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현재 의회 구도에서 `바이든식 돈풀기` 정책을 제지할 수 있는 분할 정부를 희망했고, 중간선거 이전 분할 정부를 예상한 여론 조사 결과에 환호한 바 있다. 공화당이 압승할 경우, 민주당 선호 입법이 줄어드는 시장 친화적 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감에 지난주 뉴욕증시는 랠리를 보이기도 했다.
역사적으로도 민주당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주식 시장은 분할 정부 하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RBC 캐피털 마켓츠가 분석한 1932년 이후의 데이터에 따르면 민주당 대통령 아래 분할 정부에서 S&P 500 수익률은 연평균 14%였다. 민주당이 의회까지 장악한 경우에는 10%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하원까지 민주당의 승리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민주당의 압승이 가능성의 영역에 있다는 자체가 레드 웨이브를 예상하며 잠재웠던 투자자들의 불안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민주당식 돈풀기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시장을 위협하는 연준의 통화 긴축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10일(현지시간) 나온 예상보다 덜 오른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날 증시는 폭등했고 앞으로의 시장 전망은 오랜만에 밝다. 하지만 지난주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만큼 이외의 결과가 나올 경우 주가가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해치우스는 보고서에서 "민주당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이기는 깜짝 승리에 나설 경우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이 법인세의 추가 인상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