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환매청구권은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해도 공모가의 90% 수준으로 주관증권사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러한 청구권은 그동안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큰 매력 요인으로 작용하며 IPO 흥행에 도움이 됐는데요.
하지만 최근 IPO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자 찬밥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문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당장 이익이 나지 않아도 성장성이 입증되면 증시에 상장할 수 있는 일명 ‘테슬라 요건 상장’.
이러한 기업 공모주에 청약한 투자자에게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이 자동적으로 부여됩니다.
지금껏 환매청구권은 ‘테슬라 상장’ 공모주 투자자에게 대표적인 매력요인으로 꼽혀왔습니다.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동일한 IPO건이라 하더라도 일반투자자들은 하방(압력)에 대한, 위험에 대한 통제장치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보니깐 일반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들보다 훨씬 더 청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센티브로 작용하죠.]
실제로 지난해 환매청구권이 부여된 상장 기업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제주맥주 1748대 1, 원티드랩 1731대 1, 디어유 1598대 1, 씨앤투스성진 674대 1)
하지만 올해 IPO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자 환매청구권도 투자자를 유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청구권을 내걸며 상장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선바이오 186대 1, 오픈엣지테크놀로지 78대 1, 더블유씨피 7.3대 1)
심지어 오는 14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윤성에프엔씨는 청구권 기간을 6개월로 늘렸습니다.
그러나 일반청약 경쟁률은 1.7대 1에 그치는 등 청약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환매청구권이 주관 증권사에도 최근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증권사 IPO담당 관계자: (청약 투자자들이) 대부분 상장일에 매도하기는 하지만, 만약에 주가 하락이 계속되는데 모두 청구권 행사하면 우리한테는 다 손실인겁니다. 걱정되죠 요즘은.]
청구권이 있는 선바이오, WCP,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공모가 대비 10% 넘게 하락한 상황.
만약 이들 기업의 주가가 회복되지 않아 공모주 투자자들이 모두 청구권 행사에 나선다면,
더블유피씨 주관 증권사의 경우 최대 108억원이라는 대규모 손실을 떠안아야만 합니다.
투자자에게는 청약 매력 요소로, 주관사에게는 IPO 흥행 보증 수표로 여겨졌던 환매청구권.
최근 들어 IPO 한파가 쉽사리 풀리지 않는 가운데 ‘찬밥’ 신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문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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